카르자이 정권 돈으로 조종하려다
기득권층 부정부패 진원지 부작용
기득권층 부정부패 진원지 부작용
2002년 12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앞에 이란인들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을 타고 나타났다. 이 차량에는 300만달러의 현찰이 실려 있었다. 이 돈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쪽에 전달됐다. 다음 달,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도 아프간 대통령궁에 현찰 뭉치를 떨어뜨리고 갔다. 중앙정보국은 그 뒤로 지금껏 여행가방·배낭·쇼핑백 따위에 현찰을 가득 담아 매달 카르자이 대통령 쪽에 전달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이 카르자이 대통령 쪽에 매달 현금을 제공해 왔다고 <뉴욕타임스>가 미국과 아프간 관리들의 말을 따서 28일 보도했다. 중앙정보국의 이런 현금 제공은 애초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무력화하고 카르자이 정권을 조종하려는 의도로 시작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와 달리 아프간에서 부정과 부패만 심화시키고 있다고 신문은 비판했다.
미 중앙정보국이 카르자이 대통령 쪽에 건네는 현금은 보통 매달 수십만~수백만달러로 추정된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카르자이 측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비자금으로 운용되는 이 돈은 카르자이 정권이 의원들을 매수하거나, 지역 군벌들을 달래는 데 쓰인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의 전위대 노릇을 한 아프간 북부의 우즈벡계 군벌인 압둘 라시드 도스툼은 매달 10만달러씩 받는다고 아프간 관리들이 전했다. 도스툼이 “1년치 돈을 미리 받아서 꿈의 집을 지을 수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다.
미 중앙정보국은 일찌기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 파키스탄 정보당국을 통해 아프간 군벌들에 무기와 현금을 제공한 바 있다. 2001년 침공 때도 아프간 군벌들이 탈레반 정권에 대항해 싸우도록 돈을 건넸다. 정보기관이 공작 차원에서 현금 매수를 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번처럼 외국의 현직 최고지도자 쪽에 지속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카르자이의 정치적 영향력도 키우고, 아프간 군벌들도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공작이 아프간 정부의 부정과 부패를 더욱 부추긴다는 점이다. 모하메드 지아 살레히 아프간 국가안보위원장은 2010년 마약 거래 및 탈레반과 현금 거래 혐의로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체포됐으나, 몇시간 만에 풀려났다. 미 중앙정보국의 배려 덕분이었다. 살레이는 풀려난 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적은 중앙정보국의 영웅이다”라며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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