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 이후
이슬람주의 세력 영향력 커져
소요·내란·내전 전역으로 확산
화학무기사용 논란 시리아
‘제2의 이라크’ 될 수도
핵개발 속도내는 이란도 화약고
이슬람주의 세력 영향력 커져
소요·내란·내전 전역으로 확산
화학무기사용 논란 시리아
‘제2의 이라크’ 될 수도
핵개발 속도내는 이란도 화약고
중동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중동 분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엔 중동과 이슬람권 전역을 삼킬 기세다. 지난 10여년간의 ‘테러와의 전쟁’ 실패, 2년을 넘긴 ‘아랍의 봄’의 후유증이 곪아가며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 분쟁의 전방위 확산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젊은 노점상의 분신을 도화선으로 ‘아랍의 봄’이 번지기 이전에는, 상시화돼버린 팔레스타인 분쟁과 소말리아 내전을 제외하면, 중동과 이슬람권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은 아프간과 이라크 정도에 한정됐다. 중동에서 대중민주주의의 희망을 불러일으킨 아랍의 봄, 뒤이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은 중동에서 분쟁이 완화하리란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참담한 현실에 묻히고 있다. 특히 격화된 시리아 내전의 와중에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미국 등 서방이 군사개입을 검토하고 있고, 이라크 내란이 전면적 내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 또다른 국제적 전면전이 일어날 우려가 커졌다.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인 튀니지에서 동쪽 끝에는 중앙아시아 내륙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까지, 남쪽 아프리카 말리에서 북쪽으로는 러시아 캅카스 지역에 걸친 거대한 지역의 상당 부분을 내전, 내란, 소요가 뒤덮고 있다. 시리아 내전, 이라크 내란, 말리 내전, 리비아 내란, 소말리아 내란, 팔레스타인 분쟁, 예멘 내전, 아프간 내전, 파키스탄 접경지역 내란 등이다.
이 중에서 이라크·아프간·리비아·말리·예멘에는 미국 등 서방 군사력이 개입하거나 직접 주둔하고 있다. 이 지역의 전쟁은 사실상 국제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전쟁 상태의 분쟁은 아니지만, 이집트·튀니지·알제리·모로코에서는 상시적이거나 간헐적인 소요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소요는 시민사회의 시위라기보다는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세력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테러와의 전쟁의 풍선효과 중동이 2차대전 이후 고질적 분쟁 지역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이슬람권 전반의 대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은 처음이다. 분쟁이 광역화·다발화·상시화된 계기는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 그 일환인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탈레반 정권은 무너뜨렸지만, ‘풍선효과’처럼 이슬람주의 세력의 확산을 더욱 부추겼다. 일차적 목표였던 알카에다 조직을 위축시키고 지도자 빈라덴을 사살하기는 했으나, 알카에다의 각국 지부와 협조세력은 이라크 내전과 아랍의 봄을 계기로 세력을 더욱 확산시켰다. 더구나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세력이 완전히 회복돼, 예정된 미군 철수 뒤에는 9·11 이전 상태로 돌아가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요한 고비는 시리아 내전이다. ‘제2의 이라크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군의 침공 뒤 일어난 이라크 내전은 중동 지역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수니파 대 시아파, 아랍·이슬람 대 서방, 쿠르드족 분쟁으로 상징되는 소수민족 대 주류민족, 권위주의정권 세력 대 시민사회 세력의 대결이라는 ‘5대 분쟁’을 복합적으로 폭발시켰다. 이라크 내전으로 폭발한 이 5대 분쟁은 아랍의 봄으로 중동 각국에서 권력 공백이 생긴 틈을 타고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시리아, 제2의 이라크 되나 시리아 내전에서는 이 5대 분쟁 요소가 이라크보다 더욱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아사드 정권 대 시민사회, 종교적 소수파인 집권 알라위파 대 다수 수니파,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 분쟁, 이슬람권 전역에서 몰려드는 이슬람 무장세력 등은 이라크보다도 더욱 격심한 분쟁을 예고한다.
지정학적으로도 시리아는 터키·이라크·레바논·요르단·이스라엘과 접경한 중동의 중심에 위치한데다, 역사적으로도 세력균형의 중추 구실을 해왔다. 특히 미국은 시리아를 적성국가로 지정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이슬람주의 세력 견제에 아사드 정권과 협력해왔다. 미국과 서방이 ‘금지선’으로 설정한 화학무기를 아사드 정권이 사용했다는 증거가 최근 제기됐는데도, 미국의 조야는 개입을 둘러싸고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 이후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뒤 권력에 공백이 생겨 5대 분쟁 요소가 이라크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로 확산된 것처럼, 아사드 정권 이후 시리아가 ‘제2의 이라크’ ‘확대판 이라크’가 될 우려가 크다. 국경을 접한 시리아와 이라크가 한 묶음의 내전 상태에 휩쓸릴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이란의 핵개발이 가속화하는 상황은 이스라엘의 무력사용 명분을 축적시키고 있다.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넓고 깊게 판 중동분쟁의 수렁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더욱 깊게 빠져들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라면 상무’ 폭행사건, 대한항공의 이상한 처방
■ MB때 깎인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 원상복귀
■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들, 넉달 뭉기적하다 또 미뤄
■ 류현진 “홈런 맞고 더 집중…실투 놓치지 않더라”
■ [화보] 류현진, ‘시건방춤’ 응원이 통했나
■ ‘라면 상무’ 폭행사건, 대한항공의 이상한 처방
■ MB때 깎인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 원상복귀
■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들, 넉달 뭉기적하다 또 미뤄
■ 류현진 “홈런 맞고 더 집중…실투 놓치지 않더라”
■ [화보] 류현진, ‘시건방춤’ 응원이 통했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