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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가자의 꿈·희망 세계에 알린다
팔레스타인의 아이돌

등록 2013-05-28 22:57수정 2013-05-29 08:44

아사프, 중동 오디션 프로서 인기
“왜 그런 거죠? 서로에게 상처일 뿐인데~.”(Tell me why ain’t nothin’ but a heartache)

스키니 청바지를 입은 한 꽃미남 중동 청년이 오디션 무대에 올라 미국 팝그룹 ‘백 스트리트 보이스’의 히트곡 ‘아이 원트 잇 댓 웨이’를 부르기 시작한다. 카메라에 잡힌 여성 청중과 심사위원들은 삐져나오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한 채, 넋 나간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노래가 끝난 뒤 환호는 ‘백 스트리트 보이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의 ‘아랍 아이돌’ 무함마드 앗사프(23)가 중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유, 두바이 소재 위성방송 <엠비시>(MBC)가 중동 전역에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랍 아이돌’의 참가자를 선발했는데, 화제의 중심에 그가 있다. 이미 ‘톱 10’으로 확정됐고, 다음달 21일 결승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는 ‘웨딩싱어’답게 때론 감미롭게 여심을 흔들고, ‘로켓’이라는 별명처럼 때론 솟구치는 목소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피폐한 팔레스타인도 오랜만에 기분좋은 흥분을 되찾았다. 앗사프의 친구 알라 나브리스(22)의 말에서는 희망이 꿈틀댔다. “앗사프는 가자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렸다. 가자는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만 있는 곳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꿈이다.” 팔레스타인대학 동창 아흐마드 아와드(23)도 “그는 모든 정치인들이 한 것보다 더욱 팔레스타인을 단합시켰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아랍 아이돌’이 방영되는 금요일 밤 두 시간은 가자지구의 모든 거리에 적막이 흐를 정도로 시청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앗사프는 애초 미국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 모델’ 같다는 평가를 받는 외모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방송 초반 팔레스타인의 상징인 두건 ‘카피예’를 쓰는 등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 당당한 모습으로 더 사랑받았다. 오디션에서는 정치적 언급을 자제했지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는 데도 힘썼다.

‘아랍 아이돌’에 출연하기까지의 극적인 사연도 인기 요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국경을 막은 탓에, 그는 오디션 장소인 이집트 카이로까지 가기 위해 뒷돈을 썼다.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담을 넘어 오디션장에 들어갔다. 또 참가 티켓이 남아 있지 않자, 복도에서 무작정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당신이 우승할 것”이라며 티켓을 양보한 다른 지원자 덕에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 하마스는 한때 앗사프를 탄압했다. 친구들은 엉덩이 아래로 내려오는 청바지와 헤어스타일 탓에 하마스가 그를 가둔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서방 스타일의 상업주의가 가득한 ‘아랍 아이돌’도 하마스의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하마스조차 아직 앗사프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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