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공원 재개발 반대서 시발
경찰 강경진압에 반발 규모 커져
시위대 술마시며 정부 방침에 도전
‘세속주의 원칙 훼손’ 불만 깔려
경찰 강경진압에 반발 규모 커져
시위대 술마시며 정부 방침에 도전
‘세속주의 원칙 훼손’ 불만 깔려
집권 10년을 넘어선 터키 이슬람주의 정권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도심 내의 공원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비화했다. 권위주의화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깔려 있는 이번 시위가 터키에 때늦은 ‘아랍의 봄’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지난 31일 터키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 중심가에 있는 게지 공원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경찰이 무력 진압한 것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틀간의 격렬한 시위는 2일까지 이어져 이스탄불의 거리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됐다.
무아메르 굴레르 터키 내무부 장관은 1일 저녁, 이틀간의 시위에서 경찰이 939명을 체포하고, 26명의 경찰관과 79명의 민간인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한명은 중태다. 이틀 동안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전국 48개 도시에서 90여건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에서 최근 몇년 사이에 벌어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이다.
이번 사태는 이스탄불 중심가의 몇안되는 녹지공간인 게지 공원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됐다. 정부가 이 공원에 오스만터키 시절의 병영을 복원하고 상가를 조성하려하자, 시민단체 회원 등은 지난주 초부터 이에 반대하는 연좌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소규모 농성은 경찰이 지난 31일 시위대에게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하자 폭력 사태로 번졌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분노한 시민들은 인근 탁심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이스탄불 중심가를 장악했다. 일엔 앙카라 등 터키 전역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대응도 시위대를 자극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1일 수출협회 연설에서 경찰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으나 공원 재개발을 강행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반면 집권 정의개발당과 이스탄불 시당국 쪽은 공원 재개발과 관련해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은 1일 오후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 철수했다. 근처는 시위대의 ‘해방구’로 변했다. 시위대는 도심에서 술을 마시면서 파티를 열었다. 최근 에르도안 총리의 이슬람주의 정부가 공공장소에 음주 등을 금지한 이슬람주의 법령에 공공연히 도전한 것이다. 시위대는 경찰의 철수를 역사적 승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스탄불의 경제외교정책연구소 소장인 시난 울겐은 “우발적인 평화적 시위가 정부의 태도와 정책을 바꾼 것은 터키 역사상 처음이다”라며 이번 반정부 시위의 파장을 분석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중동에서 가장 세속주의 체제가 강한 터키에선 지난 2002년 이슬람주의 정당인 정의개발당이 집권한 이후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간에 긴장이 계속되어 왔다. 에르도안 이슬람주의 정부는 이후 자국의 체제를‘이슬람과 민주주의가 조화된 모델’로 선전해 왔으나, 젊은층과 야당들은 에르도안 정부의 언론탄압과 이슬람주의 법령 강화 등을 지적하면서, 터키의 세속주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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