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터키 총리 ‘대화’ 뒤집고 새벽 시위대 기습 진압

등록 2013-06-11 20:24수정 2013-06-12 08:12

최루탄·물대포 쏘고…불도저로 바리케이드 해체

경찰, 탁심광장 펼침막도 뜯어내
정부 불신 확산…시위 재점화될 듯
11일 이른 아침, 터키 이스탄불 시내의 탁심광장에 진압장비로 무장한 경찰 수백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을 쏘며 광장에 있던 시위대들을 쫓아냈다. 일부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중상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으로 절대 열세인 시위대는 결국 노숙캠프가 차려진 탁심광장 북쪽 게지공원으로 물러났다. 경찰은 한때 게지공원 입구 안으로 들어갔으나,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을 받은 뒤 10여분간 대치하다 물러섰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동안, 불도저와 쓰레기차가 광장에 도착해 시위대가 쌓아놨던 바리케이드를 해체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탁심광장 옆 아타튀르크 문화센터 건물에 붙어 있던 펼침막들도 뜯어냈다. 탁심광장 재개발로 해체될 예정이었던 이 문화센터엔 시위대가 ‘타이이프(터키 총리) 사임!’, ‘닥쳐, 타이이프’라고 적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경찰은 시위대들의 흔적을 치운 뒤, 터키 국기와 아타튀르크(케말 파샤) 초상화를 내걸었다. 경찰은 이날 이스탄불 법원에 모여 시위 진압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려던 변호사 50여명도 연행했다.

경찰의 기습 진압 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번 사태는 이제 끝났다. 더는 (시위대에게) 관용을 보이지 않겠다”고 시위대에 경고했다. 그는 “여러 도시의 폭력적 행동은 게지공원 시위대 뒤에서 위장한 세력들이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우리가 현수막을 걷어 달라고 그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나. 나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날 아침 경찰의 기습은 에르도안 총리가 시위대 지도자들과 만나겠다고 약속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시위대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뷜렌트 아른츠 부총리는 전날 “불법 시위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에르도안 총리가 12일 시위대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를 ‘약탈자’로 비하하며 강경 노선으로 일관하던 에르도안 총리가 시위대와의 면담 계획을 밝히자, 한때 낙관적 전망도 나왔다.

한발 물러날 듯했던 에르도안 총리의 태도가 왜 돌변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시위대를 전면 해산시키려는 것보다는, 경찰이 물리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강력한 지지 기반이 있다고 믿는 에르도안이 정면승부를 노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분석가들은 에르도안이‘불순한 세력에 맞서는 순교자’ 이미지로 스스로를 포장해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진압작전으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율미즈(23)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대화를 제의해놓고 공격하다니 무슨 이런 지도자가 있느냐”며 “우리는 게지공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물대포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게지공원 점령시위를 주도한 탁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의 공원과 광장을 우리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지키겠다”면서, 시민들에게 시위대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조만간 당국이 강경진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중인 게지공원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터키 ‘반정부 시위’ 현장 바로보기

<한겨레 인기기사>

여수 바다에서 발견된 주검, 범인이…
빨간 팬티 벗은 슈퍼맨의 비애
찬반 의원수 세지도 않은채…16분만에 “진주의료원 해산”
“북 조평통 국장은 통일부 장관 상대 안된다”
[화보] 중부 유럽 대홍수…아! 다뉴브, 엘베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