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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새대통령 ‘중도’ 로하니…시민들 ‘변화’ 선택했다

등록 2013-06-16 21:18수정 2013-06-16 21:49

이란 정권 변천사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로하니 1차서 예상밖 압승 배경은
선거 사흘 전 극적 후보단일화
개혁·중도연합에 시민 표 몰아줘

4년전 부정선거 뒤 야당패배 설욕
양심수 석방·약자권리 증진 예상
“중도성향…급진적 변화 없을 듯”

4년 전 거리를 메웠던 녹색 스카프는 이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15일 이란 테헤란에선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탄생을 기뻐하는 시민들의 환호가 넘쳐흘렀다. 선거기간 동안 로하니의 상징색이었던 보라색 펼침막과 스카프를 들고 지지자들은 외쳤다. “로하니 만세”, “개혁이여 영원하라”, “아마디(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굿바이”.

이들의 기쁨은 현재의 승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흥분의 물결 속에선 “무사비, 무사비, 우리가 당신의 표를 찾아왔다!”는 외침도 함께 터져나왔다. <포린 폴리시>는 “이번 대선은 2009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항의해 미르호세인 무사비 야당 후보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녹색운동’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짚었다. 녹색은 당시 선거에서 무사비의 상징색이었다.

14일 이란 대선은 ‘보수만의 경연장’이라 불리며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투표일을 사흘 남겨놓고 개혁세력들이 극적인 드라마를 이뤄냈다. 6명의 후보 중 ‘가장 덜 보수적인’ 중도 후보, 로하니에게 모하마드 하타미, 알리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등 개혁파 거물들의 공개 지지가 쏟아졌다. 또다른 중도 후보인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전 부통령도 중도사퇴하며 ‘개혁-중도 연대’를 이뤄냈다. 반면 보수 후보 4명은 단일화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로하니의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결선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뜻밖이었다. 로하니는 50.7%(1861만3329표) 득표로 반수를 넘겼다. 2위인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은 16.5%(607만7292표)로 로하니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복심으로 여겨졌던 사이드 잘릴리는 3위로 11.3%(416만8946표)에 그쳤다. 5000만 유권자 중 3600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72.7%를 기록했다.

로하니의 승리를 만들어낸 것은 강경파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투표소로 몰려든 이란인들의 열망이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서방의 경제제재에 강경 자세로만 맞서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해 이란 통화(리알화)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졌고, 실업난과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됐다. 로하니는 15일 당선 확정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승리는 “극단주의에 대한 온건의 승리”라며 “새로운 기회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또한 이란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의식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란 국민들은 1979년 이슬람공화국 탄생 이후 보수-개혁 정권을 한차례씩 선택하며 절묘한 정치적 균형을 만들어왔다. 이번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개혁파의 구심점인 라프산자니를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보수파를 지키려 했으나 패했다.

하지만 로하니의 당선으로 급진적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진 않다. 로하니는 선거 구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개혁파의 대표선수가 돼버렸지만, 본래는 하메네이, 하타미와도 사이가 나쁘지 않은, 보수와 개혁을 아우르는 중도적 인물이다. 미국 스트레이어 대학의 이란 전문가인 라술 나피시는 <에이피>(AP)에 “로하니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그가 이겼다고 해서 이란의 체제에 균열이 있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란 새 대통령 로하니는 누구

성직자 출신으로 영국 유학
1979년 이란혁명 적극 참여
핵협상대표·국가안보위원
개혁파·보수파 고른 신임

1948년 이란 북부 셈난주 소르헤에서 태어났다. 12살부터 셈난과 콤의 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19살에 테헤란대학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훗날 영국 글래스고 캘리도니언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팔레비왕조에 비판적인 집안에서 자라난 로하니는 20대부터 ‘레자 샤’ 반대운동을 펼쳤으며 프랑스에서 만난 호메이니와의 인연으로 1979년 이란 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알리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기간엔 대통령 국가안보자문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모하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엔 핵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다. 서방국가의 협상 파트너한테서도 ‘노련한 외교관이자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은 로하니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에 능숙하다.

현재는 전문가회의 산하 전략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서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대리인을 역임했을 정도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신임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하메네이와 각을 세우며 개혁파를 결집시켰다. 1999년 언론사 폐쇄 사태로 학생 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강경 진압을 주장했으나,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하메네이에 대항해 일어난 ‘녹색운동’ 때는 시위대를 지지했다.

이번 이란 대선에 출마한 6명의 후보 중 성직자 출신은 로하니가 유일하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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