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대통령, 지지집회 참석
아사드 정부에 대한 단교도 선언
시리아 내전 종파분쟁 가열될듯
아사드 정부에 대한 단교도 선언
시리아 내전 종파분쟁 가열될듯
이슬람권을 휩쓰는 이슬람주의의 확산은 국경을 넘는 지하드(성전) 운동이 그 동인의 하나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지역 분쟁에 이슬람권 전역에서 온 무슬림들이 참전하고, 이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이슬람주의 무장투쟁의 경험을 전파한 탓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들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들은 그동안 대부분의 이슬람권 국가에서 혹독한 탄압을 받으며 지하드 운동을 벌여왔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15일 시리아에서의 성전 참여를 촉구하는 강경 이슬람 성직자들의 집회에 참석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이슬람 성직자들은 무르시 대통령에게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지하드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무르시는 이들의 요구와 지하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르시 대통령이 집회에 참가한 사실 자체가 그동안 이집트에서 혹독한 탄압을 받아온 지하드 운동에 대한 이집트 당국의 태도 변화를 상징한다. 실제 이날 집회에 앞서 무르시의 한 측근은 “이집트 정부가 시리아 반군을 돕는 시민들의 시리아 여행을 권유하지는 않겠으나, 시민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자유이며 정부가 이들을 제지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무르시 대통령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와 단교를 발표하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시리아 내전 참가를 비난했다. 이로써 시리아 내전은 시아파 지하디스트와 수니파 지하디스트들의 지하드 운동 경연장이자 본격적인 종파분쟁의 무대가 됐다. 이란 정부 및 알라위파(시아파의 한 분파)인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지원을 받아온 헤즈볼라가 최근 시리아 내전 참전을 공식 발표하자, 이슬람권의 다수 종파인 수니파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수니파인 반군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재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집트 출신 전사들은 2500명 수준이다. 헤즈볼라의 참전 이후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이집트 보안 당국은 전한다. 이집트의 보수적 이슬람주의인 살라피주의 운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시리아 참전 지하디스트를 모집하는 웹사이트 개설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그동안 지하드 운동에 관여된 약 3000명 정도가 보안기관의 감시를 받았으나, 이들 대부분은 무르시 대통령의 집권 이후 사찰 대상에서 해제돼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무르시 정권의 이런 조처는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무르시 정부는 최근 시아파인 이란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으로 수니파 성직자들의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최근 격화되는 세속주의 세력의 반정부 운동에 맞서,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주의 진영을 달래고 결속을 다지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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