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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 ‘탈레반 체제참여’ 목표지만
탈레반 ‘시간 우리편’ 동상이몽

등록 2013-06-19 20:33수정 2013-06-20 08:24

미-탈레반 평화협상 전망

20일 도하에서 직접대화 시작
양쪽 한발씩 양보 협상엔 합의
‘철군전 체제안정’ 이룰진 의문
아프간 “미와 안보협상 중단” 반발
1987년 9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당시 소련 외무장관이 회의 도중 갑자기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장관을 따로 불렀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날 것이다.” 친소정권을 지원하려고 1979년 아프간을 침공해 8년 동안 반군인 무자헤딘들과 전쟁해온 소련은 군 철수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셰바르드나제는 그러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의 확산을 막는 데 미국의 협조를 요구했다. 당황한 슐츠는 이 통보를 몇주 동안이나 혼자 지니고 있었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그해 12월 미-소 정상회담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소련군의 아프간 철수를 공식 통보하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아프간 반군 지원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거절했다. 결국 소련은 1989년 아프간에서 철군했고, 미국은 친소 나지불라 정부에 가장 강경하게 투쟁하는 이슬람주의 세력들을 계속 지원했다. 그 결과는 아프간 내전과 이슬람주의 세력의 확산이었다.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에 근거지를 제공했다. 이는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불렀고, 미군은 아직까지 아프간에 발목이 잡혀 탈레반과 전쟁 중이다.

미국과 탈레반이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공식 평화협상에 앞선 직접대화를 시작한다. 2014년으로 예정된 미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철군에 앞서, 아프간에 안정적 체제를 구축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다. 현재 아프간 상황은 25년 전 소련군 철군 당시와 닮았다. 도무지 미래를 설계하기 힘든 수렁이다. 미국은 탈레반이 아프간 헌법을 인정하고, 내년에 치러질 선거 및 새 정부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이 가장 강경한 이슬람주의 이념을 고수하는데다, 아프간 다수 민족인 파슈툰족이 중심이 된 세력임을 고려하면, 이는 미국의 일방적 희망사항에 가깝다.

양쪽은 3년 전 비공식 접촉을 했으나,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 인정 문제 등을 두고 갈등하다 협상이 결렬됐다. 카르자이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던 탈레반은 18일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며 발표한 성명에서 카르자이 정부의 평화협상 참가 자격을 인정했다. 아울러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 시절 아프간의 국호)는 영토 안에서 다른 나라에 해를 입히길 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프간이 앞으로 9·11 같은 테러 공격의 지원국이 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한 관리는 <워싱턴 포스트>에 “(탈레반의) 이 성명이 (미국의) 요구 사항을 완전히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무력 포기 △알카에다와의 동맹 포기 △아프간 헌법 준수를 탈레반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화에 앞서 미국은 이 사항들이 협상 과정에서 해결될 문제라고 물러섰다. 탈레반도 오랜 요구사항이던 ‘평화협상 전 외국군의 완전 철수’ 태도를 완화했다. 반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미국과 안보협약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아프간 정부가 직접대화에 빠진 것에 반발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20일 시작되는 대화에서 평화협상을 위한 의제 조율에 들어간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화해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서도 “아주 초기 조처의 하나일 뿐”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미국은 평화협상을 탈레반과 카르자이 정부 사이의 아프간 내부 협상으로 이끌려 하며, 헌법에 명시된 ‘여성과 소수집단의 권리에 대한 인정’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소련과 미국의 침공에서 살아남은 탈레반 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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