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출신 앗사프
중동 오디션 프로 우승
가자지구, 폭죽 쏘며 축제
“66년간 잃은 웃음 찾아줘”
중동 오디션 프로 우승
가자지구, 폭죽 쏘며 축제
“66년간 잃은 웃음 찾아줘”
“혁명은 단지 총을 드는 것만은 아니다. 혁명은 화가의 붓, 의사의 메스, 농부의 도끼를 통해 올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의를 위해 투쟁한다. 오늘 나는 팔레스타인의 대표다. 나는 내 예술과 내가 말하는 메시지로 대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무함마드 앗사프 우승 소감)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진행된 아랍판 ‘슈스케’(슈퍼스타케이)인 ‘아랍 아이돌’의 우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고통과 눈물의 땅에서 성장한 팔레스타인 청년 무함마드 앗사프(22)에게 돌아갔다. 아랍 아이돌은 아랍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난 3월에 시작해 수많은 무슬림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랍 청년은 미제 스포츠카가 우승 상품으로 걸린 미국식 서바이벌 무대에서 미국 팝그룹의 노래를 매혹적으로 불렀다. 하지만 아랍 아이돌의 우승 소감은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앗사프는 ‘평화’를 염원했다. 그는 마지막 곡을 부르는 무대에서 청중들에게 팔레스타인 전통 스카프를 들어올리도록 요청하며 화해를 강력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앗사프는 억눌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기쁨의 순간을 선물했다. 가자는 이스라엘과 거듭된 유혈 분쟁으로 고통과 슬픔, 복수심이 뒤엉킨 땅이다. 하지만 앗사프의 우승 소식이 전해진 이날만큼은 가자에도 기쁨과 웃음의 봉인이 풀렸다. 앗사프는 우승이 확정되자 팔레스타인 깃발이 펄럭이는 방청석을 향해 넙죽 엎드렸고, 팔레스타인 깃발에 입을 맞추고 깃발을 목에 건 채 우승 상패를 들어올렸다. 앗사프의 어머니도 “너무나 북받친다”며 “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울먹였다.
가자에선 이런 노래와 메시지로 위로받은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거리로 몰려나와 폭죽을 터뜨리고 춤을 추며 축제를 이어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앗사프가 ‘톱10’에 들어가며 선전한 이래(<한겨레> 5월29일치 14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금요일 밤 두 시간 동안 가자의 모든 거리가 적막에 빠진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그의 우승을 성원해왔다. 한 블로거는 트위터에 “앗사프가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는 지난 66년 점령 기간 동안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줬다”고 촌평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전했다.
앗사프는 가자 난민촌에서 성장해 결혼식 축가 가수로 활동하던 무명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아랍 아이돌 출연으로 팔레스타인의 영웅이 됐다. 그는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들한테서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 이스라엘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집권당이 된 이슬람 무장정치조직 겸 정당인 하마스는 미국식 서바이벌 경연을 비난하는 편이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쏜 앗사프의 서바이벌 선전에는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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