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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혼돈의 이집트…수백만명 ‘무르시 퇴진’ 시위

등록 2013-07-01 11:38수정 2013-07-01 11:49

무르시 “물러나지 않겠다”
지지-반대자 사이 총격전도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첫 민주적 선거를 거쳐 뽑힌 대통령의 취임 한돌은 혼돈과 분열 그자체였다. 30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엔 50만여명이 집결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 실시를 외쳤다. 카이로 외에도 나일강 델타지역부터 대서양 연안의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이날 이집트 곳곳에선 수백만여명이 시위에 동참했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풀뿌리모임인 ‘타마로드’(혁명이라는 뜻)는 2200만여명이 무르시 퇴진 운동에 서명했다. 이는 무르시가 지난 2012년 대선 때 얻은 1300만표보다 900만표나 더 많은 숫자다. 2년 전,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이번에도 자신감을 내보였다.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한 ‘반무르시’ 시위자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가 물러나는 데는 겨우 18일이 걸렸다. 무르시가 사임하는 데는 그보다 시간이 덜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르시 쪽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위대를 피해 카이로의 대통령궁에서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무르시 대통령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르시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 무르시는 30일 발행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헌정 질서에 반하는 세력과는 대화할 여지가 없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강압에 의해 퇴진한다면 새로운 대통령에 대해서도 몇달 지나서 또 퇴진하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라며 조기 선거에 반대했다. 이날 카이로의 대통령궁 옆에선 무르시 지지자들이 모여 ‘방어 시위’를 열었다. 무르시를 지지하는 쪽, 반대하는 쪽 모두 자기들이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무르시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된 무슬림형제단 본부와 집권당인 자유정의당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고 무르시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에 총격전도 일어났다. 이집트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로 이날 하룻동안 5명 이상이 숨지고 400여명 이상이 다쳤다.

이날 발생한 폭력사태는 이집트를 휘감은 정치적 양극화 양상을 선명히 보여준다. 무슬림형제단을 포함한 이슬람주의자들은 반무르시 세력을 무바라크의 충성세력이라며 ‘신의 적’이라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시위대는 무르시 진영이 일컫는 ‘한줌의 무바라크 지지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이슬람주의에 반대하는 세속주의 세력, 자유주의자, 온건 이슬람과 기독교도들을 포괄한다. 이들은 무슬림형제단이 권력을 독점하고 정부를 자신들만의 세력으로 채우면서 혁명을 배반했다고 주장한다. 시위대는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통령궁으로 행진하면서 “당신들은 신의 이름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양쪽 세력의 극단적인 충돌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적극적으로 시위대를 막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무바라크 이후 약화된 공권력은 이번 사태에도 한발 빠져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의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알자지라>는 “정치적 긴장이 군이 개입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30일 시위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이집트 군은 이날 카이로 외곽에 군을 배치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군은 무르시의 이슬람주의자에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다. <알자지라>는 이집트 정치 전문가인 마이클 하나의 말을 인용해 “군 당국은 매우 신중하다. 이들은 반드시 개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화보 바로가기 : “무르시 물러가라” 이집트 반정부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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