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루드: <‘저항’ 의미 아랍어>
구세력·반이슬람주의 이종 결합
엘바라데이 전 IAEA 총장 등 참여
구세력·반이슬람주의 이종 결합
엘바라데이 전 IAEA 총장 등 참여
지난 5~6월 터키와 브라질을 뜨겁게 달군 반정부 시위와 달리, 이번 이집트 시위에는 뚜렷한 구심점이 있다. 공원 재개발 반대를 계기로 불붙은 터키 시위나 버스요금 인상이 발단이 된 브라질 시위는 시민들의 일상적 요구가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분노와 맞물려 자연발생적으로 확산된 경우다. 하지만 이집트에선 ‘타마루드’(저항운동이라는 뜻의 아랍어)라는 풀뿌리 단체가 앞장서 계획적으로 시위를 조직했다.
지난 4월28일 결성된 타마루드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취임 한돌인 6월30일을 ‘디(D)-데이’로 잡고, 그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지금까지 서명에 동참한 이집트 국민이 모두 2200만여명이라고 밝혔다. 타마루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지난해 6월 대선 결선투표 때 무르시에게 표를 던진 1300만명보다 900만명 더 많은 숫자다. 타마루드는 무르시 대통령한테 7월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무르시 사임 이후엔 대법원장인 마히르 비하이리가 조기 선거 때까지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방안도 이미 제시했다.
타마루드가 이처럼 강력한 구실을 할 수 있는 건 ‘반무르시’ ‘반이슬람주의’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온건이슬람주의부터 세속주의, 자유주의, 콥트기독교도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세력이 결집한 덕분이다. 타마루드는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 때 항거한 세력들, 즉 2005년 무바라크 퇴진운동을 펼친 ‘케파야(‘충분해’라는 뜻) 운동’, 2008년 총파업을 주도한 ‘4월6일 청년운동’ 같은 단체와 무르시 취임 이후 그에 맞서 결성된 ‘구국전선’ 등을 포괄한다. 타마루드를 공개 지지한 정치적 거물들 중엔 무바라크 대통령 때 마지막 총리이자 지난해 대선에서 무르시에게 근소한 차로 패한 아흐메드 샤피크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등이 있다. 무바라크 시절의 구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군부와 가까운 샤피크와 서구식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엘바라데이가 모두 타마루드를 지지한다는 것은 이 단체의 복잡한 성격과 함께 균열 위험을 방증한다.
한편, 무르시 지지자들은 ‘무아이이드(지지)와 타가르루드(공명정대)’라는 단체를 꾸려 대항하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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