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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시위대, 이슬람주의 구심 ‘무슬림형제단’ 정조준

등록 2013-07-01 20:51수정 2013-07-02 08:18

세속주의 시위대, 형제단 본부 공격
무르시 정권 잇단 실정에 분노
두 세력 충돌 내전 치달을까 우려
이집트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가 벌어진 6월30일 밤부터, 카이로 도심의 무슬림형제단 본부는 시위대의 집중 표적이 됐다. 시위대는 1일까지 이틀 연속 이 이슬람주의 단체 건물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총격전까지 벌어져, 시위대 1명이 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앞서 이집트 내무부는 경찰이 무슬림형제단의 건물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분노의 표적이 된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이집트에서 결성된 이래 현대 이슬람주의 운동의 원류이자 무르시 정권을 탄생시킨 요람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창단 이래 왕정과 식민 종주국, 군사정권 등 세속주의 집권 세력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이집트뿐 아니라 이슬람권 전체에 이슬람주의 운동을 전파해온 최대 단체다. 이런 단체가 스스로 대통령으로 만든 무르시의 집권 1년 만에 국민적 저항에 봉착한 현실은, 이슬람권을 선도하는 국가인 이집트와 이슬람주의의 미래에 대한 무거운 역사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대중적 차원에서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가 본격 대결로 치달을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무르시 찬반 세력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1일까지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781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이집트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이번 시위 사태에는 이집트 인구 8400만명 중 14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집트 군부의 한 소식통의 말을 따서 전했다.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많은 이집트인들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는 투표를 했으나, 경제와 치안의 실정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또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의 권력을 독점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아랍권 전반에서 ‘무슬림형제단 조직들이 이슬람주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카타르에 있는 브루킹스도하센터 연구원 샤디 하미드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이집트의 대표적 야권 연합단체인 국민구국전선(NSF)은 이날 ‘혁명성명 1호’를 내어, 시위대를 향해 ‘독재정권이 몰락할 때까지 거리에서 평화적 시위를 유지하라’고 호소했다. 무르시 정권 타도가 목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군부와 경찰 등 구체제의 핵심 세력들도 무르시 정권의 통제에서 이탈하고 있다. 1일엔 무르시 정부의 장관 5명이 사임을 발표하고 “정권 전복을 요구하는 국민들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탄자니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르시가 민주적으로 선출됐다 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무르시가 퇴진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에선 무슬림형제단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주의 세력도 막강한 대중적 기반을 지니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불법단체로 혹독한 탄압을 받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인 2005년에도 단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체 의석의 20%인 88석을 차지한 바 있다. 무바라크가 하야한 이후 대선에선 무르시가 과반 득표로 당선되는 등 무슬림형제단 쪽 정치세력들은 의회 선거와 국민투표 등에서 늘 승리를 거뒀다. 무슬림형제단은 혹독한 탄압 속에서 단련된 60만 회원과 자선 활동 등을 통해 서민층에서 확고한 지지세를 가진, 이집트의 최대 대중적, 정치적 실체다.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난달 30일에도 무슬림형제단 단원 등 무르시 정권 지지자들은 친정부 시위로 맞섰다.

“혁명이 탈취당했다”는 세속주의 세력과 “혁명이 탈취당할 위험에 처했다”는 이슬람주의 세력의 정면충돌을 예고하는 듯한 어두운 그림자가 이집트를 뒤덮고 있다. 무르시 정권이 무바라크 정권처럼 붕괴된다면, 두 세력의 충돌은 단순한 찬반 시위를 내전 상태로까지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알카에다 등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은 이집트라는 최대의 무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관련 화보 보기 : ‘무르시 물러가라’ 이집트 반정부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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