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의무 다할 것” 쿠데타설 부인
무르시, 군 최후통첩 일단 거부
비무슬림형제단 장관 5명 사퇴
“무르시 버티기 힘들 것” 전망
무르시, 군 최후통첩 일단 거부
비무슬림형제단 장관 5명 사퇴
“무르시 버티기 힘들 것” 전망
2011년 1월29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시위가 한창인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장갑차가 출동했다. 하지만 군은 마구잡이로 곤봉을 휘두르던 경찰들과 달랐다. 이들은 시위대에 발포도 하지 않았고 해산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군대는 우리 편”이라며 반겼다.
2013년 7월1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퇴진 시위가 한창인 타흐리르 광장에 군 헬기가 나타났다. 헬기는 광장 위를 빙 돌며 시위대에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군대가 다시 나섰다”며 환호했다.
올 여름 이집트가 2년 전 봄을 닮아가는 걸까? 이집트 전역을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군부가 입을 열었다. 압둘 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은 1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48시간 안에 소요 사태를 해결하라고 무르시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군은 쿠데타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날 밤 군의 페이스북 페이지엔 “군은 나라를 통치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군의 본래 구실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글이 게시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처럼 군이 압박한다면 무르시가 계속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르시는 일단 군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군의 최후통첩이 나간 뒤 9시간 뒤인 2일 새벽 2시 성명을 내어 “대통령은 (마감시한을 놓고) 군과 사전에 협의한 적이 없으며 군의 이런 행동은 복잡한 정국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무르시의 고립감은 커져가고 있다. 군이 무르시를 외면한 데 이어, 무슬림형제단 소속이 아닌 장관 5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관영 통신 <메나>는 무함마드 카멜 아므르 외교장관이 2일 무르시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48시간이 지난 뒤에도 무르시가 계속 버틸 경우, 군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군의 태도를 볼 때 섣불리 물리력을 동원할 것 같진 않다. 군은 2년 전에도 무바라크와 시위대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했다. 처음엔 국가 수호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무바라크가 이후 개혁안을 제안하자 이를 지지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로이터>는 “군은 무르시에게 수습할 시간을 줄 수 있다”며 “그의 사퇴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무르시도 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군의 최후통첩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시시 국방장관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걸어놓았다.
<로이터>는 이집트군 소식통의 말을 따서 “시시 장관은 이번엔 직접 군이 나서 정부를 운영하길 원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은 2011년 2월 무바라크 퇴진 이후부터 정식으로 정부 수립까지 17개월 동안 국정을 임시로 운영했다. 하지만 투자 위축, 관광객 급감, 정부 재정고갈 등 악조건 속에서 옛체제와도 결별하지 못했고 엘리트집단다운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군부가 집권한 지 몇달 지나지 않아 타흐리르 광장에선 연일 군부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반무르시 세력 중엔 군의 개입을 환영하는 쪽도 있으나 회의와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1일 밤 타흐리르 광장에 나온 20대의 한 의사는 <에이피>(AP)와 인터뷰에서 “무르시는 결국 떠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우리는 군부 통치로 인해 쓰라린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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