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지지-반대 연일 충돌
36명 숨지고 1400여명 다쳐
반무르시 진영 내부 균열
엘바라데이 총리 임명설에
이슬람주의정당 누르당 반발
일시적 연합 탓에 조정 난관
36명 숨지고 1400여명 다쳐
반무르시 진영 내부 균열
엘바라데이 총리 임명설에
이슬람주의정당 누르당 반발
일시적 연합 탓에 조정 난관
6일 깨진 유리와 보도블록 파편으로 가득한 이집트 카이로의 거리는, 갈가리 찢긴 이 나라의 정치를 보여주는 듯했다. 5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 세력이 충돌해 전국에서 36명이 숨지고 1400여명이 다친 데 이어, 6일엔 반무르시 진영 내부에서 총리 지명을 놓고 강경 이슬람그룹과 자유주의 세력 사이에 균열이 드러났다.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는, 무르시 정권을 둘러싼 찬반 세력 사이뿐 아니라 반무르시 세력 내부에서도 충돌하며 이집트의 정치를 여러 갈래로 분열시키고 있다.
6일 이집트 관영 통신인 <메나>와 주요 일간지 <아흐람>은 시민사회 세력의 대표 주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총리에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아들리 만수르 대통령 쪽에서 나온 정보라며 “엘바라데이가 총리직을 수락했고 곧 취임 선서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엘바라데이는 이번 무르시 축출을 주도한 타마루드(저항운동)의 주요 축인 ‘구국전선’을 이끌고 있으며, 청년단체들한테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나간 직후, 만수르 대통령 쪽은 “새 총리 임명 문제는 논의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알자지라>는 후보로 여러 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엘바라데이 임명에 대해선 내부에서 강한 반대가 있다고 7일 전했다. 엘바라데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주로 강경 이슬람주의인 살라피스트 세력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살라피스트 정당인 누르당은 본래는 무르시와 동맹 관계였으나 무슬림형제단의 독주에 불만을 품고, 이번엔 자신들과 정체성이 전혀 다른 시민사회단체·자유주의세력·콥트교도 등과 손을 잡았다. 무르시 제거라는 1차 목표를 이룬 이들로선, 국제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방 국가와도 친분이 두터운 엘바라데이가 실권을 잡는 것을 용인하기가 쉽지 않다.
군부가 관영 언론들에 엘바라데이 지명 소식을 흘린 것은 ‘간 보기’ 목적이 있었던 듯하다. 카이로의 아메리카대학 교수인 무함마드 엘마스리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엘바라데이는 서방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지만 이집트에선 인기가 없다. 그는 무르시 지지자들을 달래기 힘들 것”이라며 “(군부는) 엘바라데이 임명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떠보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친무르시 진영에선 분노를 쏟아냈다. <아흐람>은 무르시 지지자들의 거점인 카이로의 나스르시티에선 엘바라데이의 총리 지명 소식이 들리자마자 “불법”이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고 보도했다. 무르시를 지지하는 한 시민은 <알자지라>에 “엘바라데이의 임명은 군부가 미국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다. 그는 이라크 침공도 허용해주며 미국에 잘 보이려 했다. 그는 이제 또다시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만약 엘바라데이 등 시민사회·청년단체들이 권력투쟁에서 패배하고 군부와 강경 이슬람주의 세력이 득세한다면, 민주 대 반민주,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의 갈등이 겹치며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무르시 축출이라는 일시적 공통 목표 아래 워낙 다른 성향의 집단들이 모인 탓에 이들 사이엔 애초부터 화해와 조정이 불가능하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무르시 지지 세력인 ‘합법을 지지하는 국민연합’은 일요일인 7일에도 다시 거리로 나서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무르시의 복권과 무함마드 바디아 무슬림형제단 의장 등 고위 간부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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