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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내전·내란·소요…정교분리·종파·민족따라 분쟁다층화

등록 2013-07-07 20:42수정 2013-07-08 08:48

권위주의 정부 이후 정권 바뀌어도
이슬람주의-세속주의 대립 심각
이슬람식 대중민주주의 회의 커져
“리비아에서 (민주화) 이행 과정은 폭력으로 물들었고, 이집트에서는 이행 과정이 선출된 대통령의 축출로 중단됐다. 시리아에서는 변화의 갈망이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한 이틀 뒤인 지난 5일 튀니지를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아랍의 봄’ 이후 현재 중동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평가대로 아랍의 봄 이후 중동과 이슬람권은 총체적인 혼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한 노점상의 분신으로 시작된 중동의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이 2년 반이 지났다. 그 사이 이 지역 국가들이 걸어온 길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권위주의 정부가 붕괴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실현된 국가들이다. 이집트와 튀니지가 대표적이다. 특히 중동의 대표 국가인 이집트의 민선정부 출범은 아랍의 봄의 상징적 결실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지지를 업은 군부 쿠데타로 민선정부가 전복됐다. 지금 이집트에서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대중 사이의 극렬한 분열과 대립이 분출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튀니지가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양립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 지역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튀니지에서도 이집트가 걸어온 길이 여기저기서 재연되고 있다. 올 초 집권 이슬람주의 정당인 나흐다당 정부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와 정국 소요가 이집트 못지않게 벌어졌다. 나흐다당 정부는 세속주의 야권 정당과의 타협으로 연정을 구성해, 정권붕괴를 일단 피했다. 튀니지가 이집트 못지않게 세속주의 세력과 대중 정서가 강력함을 고려하면, 이슬람주의 정부에 대한 공격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둘째, 권위주의 정부는 붕괴했으나, 사실상 내란 상태에 빠진 국가들이다. 리비아와 예멘이 대표적이다. 리비아는 2012년 6월 총선을 통해 60년 만에 민선정부를 구성했으나, 부족에 기반을 둔 무장 민병대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벵가지 주재 미국 대사관 습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무장세력의 만연으로 중앙정부의 권력이 미치는 곳은 제한적이고, 법원과 경찰 등 통치기구들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예멘에서는 독재자인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국제적인 압력과 중재로 물러나고, 야권과 기존 정부 세력이 연정을 구성했다. 알카에다 등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준동은 더욱 악화한 상태이다.

셋째, 기존 권위주의 체제가 물러나지 않고 내전 상태로 빠져든 국가이다. 시리아가 대표적이다. 시리아 내전의 심각함은 이슬람권의 온갖 분쟁 구도가 집약되고 있다는 데 있다. 바샤르 아사드 정부에 대한 투쟁뿐만 아니라, 이슬람주의 분쟁, 종파 분쟁, 민족 분쟁에 주변 국가들까지 개입해, 전선이 다층화돼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넷째, 기존 권위주의 보수 왕정이 굳건한 국가들이다.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바레인 등에서 아랍의 봄 직후 반정부 대중시위가 벌어졌으나, 시위 전파를 우려한 사우디 왕정이 강력한 지원으로 분쇄했다.

다섯째, 점증하는 반이슬람주의 대중 정서가 번지는 이슬람주의 정부 국가들이다. 터키와 이란이 대표적이다. 터키는 최근 이스탄불 시내 탁심광장 게지공원 개발 문제로 촉발된 전국적인 반정부시위가 반이슬람주의 성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란에서도 대선에서 개혁파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는 4년 전 대선에서의 부정선거 시비로 촉발된 반체제 시위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랍의 봄’이 시작될 때는 이슬람권에서 대중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합의가 있었다.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하야하고, 이슬람권에서 현대 이슬람주의 원류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취임하자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타협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대중민주주의보다는 혼란과 분열이 중동 전역을 덮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집트에서 보듯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를 둘러싼 대중들의 분열과 적대가 점증하고 있다. 세속주의 세력들은 이슬람주의와의 타협을 완강히 거부했고, 세속주의와 타협을 시도한 이슬람주의 세력 내부에서는 대중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있다. 지향할 사회체제에 대한 합의가 실종됐다는 것이 아랍의 봄을 2년 반이나 보낸 이슬람권의 최대 위기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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