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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군, 무르시 지지 시위대와 총격전…최소 42명 사망

등록 2013-07-08 20:37수정 2013-07-09 17:09

320여명 부상…무슬림형제단 “새벽기도 중 군 발포”
군부 “군 아닌 무장 테러리스트 소행” 반박 성명
이슬람주의 누르당 “학살 항의 정부구성 불참”
이집트 카이로에서 8일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복귀를 주장하는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군이 충돌하며 총격전이 발생해, 적어도 42명이 숨지고 320여명이 부상하는 학살 사태가 벌어졌다. 무르시 정부 퇴진을 둘러싼 이집트 여론의 분열이 내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새벽 카이로 공화국수비대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무르시 지지자들에게 총격이 가해져, 42명이 숨지고 32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이 확인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형제단은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이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군이 진압에 나서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들은 보안군들이 최루가스를 쏘고 발포 경고를 했고, 민간인 복장을 한 폭력배들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들은 앞서 보안군과 투석과 최루가스를 교환하는 충돌을 벌인 뒤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성명을 내고 “시위대를 공격한 이들은 무장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며, 군이 총을 쏘았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반무르시 쪽 증언자들은 인근 사원 지붕에 있던 무장괴한 등 무르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무장세력들이 먼저 발포했다고 전했다.

공화국수비대 본부는 현재 무르시가 갇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며칠째 이곳을 떠나지 않은 채 무르시의 복귀를 주장해왔다.

이집트의 모든 정파들은 이날 학살 사태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 이 사태는 무르시 실각 이후 정국을 가르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닷새 전 군부와 함께 무르시 제거에 동참한 강경 이슬람주의 살라피 정당인 누르(빛)당은 이에 항의하며 권력 이양과 관련된 모든 논의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누르당의 전열 이탈로 반무르시 진영에서는 이슬람주의 세력이 사실상 모두 빠지게 되어, 동력이 상실되게 됐다. 임시정부의 총리로 거론됐으나 누르당이 반대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이 학살 사태를 비난하며, “폭력이 폭력을 낳고 있다. 독립적인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누르당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공화국수비대 본부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에 항의해 정부 구성과 관련한 모든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누르당은 지난해 의회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4분의 1을 차지해 무슬림형제단에 이어 제2정당이 됐다. 이들은 무르시가 더욱 이슬람주의적인 헌법을 만들도록 압력을 가했으며, 무슬림형제단과 함께 이집트 이슬람주의의 보루를 자임해왔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무슬림형제단의 권력 독점을 문제 삼으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이번엔 시민사회세력인 ‘구국전선’, 이슬람주의와 적대적인 콥트기독교 세력 등과 손잡고 무르시 제거에 나섰다.

무슬림형제단은 봉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제사회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무너뜨리며 이 나라를 시리아 내전과 비슷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군의 행동을 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인 자유정의당은 “위대한 이집트인들은 탱크로 민주주의를 훔쳐간 군부에 대항해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가 군부가 저지른 것이 확인된다면, 앞으로 이집트는 지금보다 질적으로 다른 대혼돈으로 빨려들어갈 전망이다. 기존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대결에 이어, 강경 이슬람주의, 세속주의 진영이 모두 군부와 대립하게 될 경우 시리아 내전과 같은 사태가 이집트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군홧발에 밟힌 ‘이집트의 봄’ (한겨레캐스트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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