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북동부 시나이가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나이는 사막이 대부분인 불모지에 가깝지만 동쪽으로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와 맞닿아 있고, 서쪽으론 수에즈운하를 끼고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손꼽힌다. <알자지라>는 7일 시나이 북부의 최대 도시인 아리시에서 픽업트럭을 탄 무장괴한들이 검문소에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아리시에선 지난 5일에도 박격포·수류탄 등으로 중무장한 이들이 경찰서와 검문소, 군공항 등 4곳을 공격해 군인과 경찰 5명이 숨졌다. 6일엔 이 지역에서 반무르시 세력의 하나인 콥트기독교의 고위 성직자가 살해됐고, 몇몇 검문소에선 방화가 발생했다. 이집트를 거쳐 요르단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에서도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최근 며칠 사이의 연쇄 공격이 무르시를 축출한 쿠데타에 대한 저항과 관련됐다는 분명한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강경 이슬람주의 성향의 살라피그룹이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 나라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무르시를 물러나게 한 군부에 대한 보복임을 암시했다.
시나이가 이슬람주의자들의 활동 무대가 된 것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이후부터다. 치안이 불안해지고 공권력이 약화된 권력의 공백기를 틈타 이들은 무기를 들여와 세력을 키웠다.
이유주현 기자
군홧발에 밟힌 ‘이집트의 봄’ (한겨레캐스트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