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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터키 시위 전례없는 반란…국민 목소리 들어라”

등록 2013-07-08 20:38

세계 뒤흔든 시위 시민들이 외쳤다
공공의 동의 위에 정책결정하라
권력남용 멈추고 소수자 존중하라
폭력 탄압 거세도 시위 계속된다
정권 다음 선거도 이길지 모르지만
그들의 권력은 제한받게 될 것이다
지난 몇주 동안 터키뿐 아니라 세계를 뒤흔든 반정부 시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위대는 6월15일 무력에 의해 강제로 탁심 광장에서 쫓겨났지만,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앙카라에서 동성애자 축제 도중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에셈 사르술루크를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 주말엔 이스탄불에서 평화로운 시위가 폭력적으로 진압됐다. 폭력배들이 경찰과 나란히 서서 시위대에게 몽둥이와 칼을 휘둘렀다. 시위대는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게지공원을 되찾으려고 모였지만, 경찰은 사람들이 공원 쪽으로 다가서는 것조차 막았다.

정부의 게지공원 재개발 계획에 반대해 벌어진 시위 때 80여개의 전문직 조직과 정치 조직이 연합한 탁심연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최근에는 법원도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공원 재개발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렸다. 터키에선 사법부의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판결이 정부의 영향을 받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데도, 이런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300여명이 구금되었고 8000여명이 다쳤는데, 이 가운데 11명은 실명했다. 그리고 4명이 숨졌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의 요구는 공원 재개발 반대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진정한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질문을 던지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정부에서, 시민들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많은 결정들이 공공의 동의를 얻는 절차 없이 결정돼 온 데 대해, 이번 시위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또한, 이번 시위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겨냥했다.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최루가스, 총, 탱크, 헬기가 동원됐고, 언론은 검열을 당했다. 불행하게도 언론과 정부는 정치·경제적으로 강력한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 대형 언론사 사주들은 정부와 긴밀히 연결된 기업들과 협력 관계다. 이들 기업들은 언론사 사주들에게 대형 계약을 유리한 조건으로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시위대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외국 언론, 독립적이고 진정한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들을 찾아야 했다.

이번 시위는 소수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항의이기도 했다.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 정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고, 다원적인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수니파, 터키인, 남성이 아닌 이들을 차별했다.

이제 차풀주(원래는 약탈자를 뜻하는 터키어다. 에르도안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를 차풀주라고 비난하자, 터키 시민들이 대거 “나도 차풀주다”라고 선언하며 시위대와 연대하는 활동을 벌였다)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정부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전에는 정치적인 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다. 시위의 규모, 영향력, 분노의 강도, 결연함의 면에서 이것은 완전히 전례 없는 ‘반란’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위는 매우 소중하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혁명’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시위로 앞으로 많은 이들이 따를 민주주의 모델이 등장했으며, 이것이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내 생각에는 내년 선거에서 에르도안은 많은 권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는 단순한 요구에서 시작된 위기를 다루며 너무나 큰,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정의개발당은 다음 선거에서도 다시 제1당이 되겠지만, 그들의 권력은 약해질 것이고, 더 많은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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