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파키스탄 참상 알린 뒤
탈레반에 총격받고 영국서 수술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라
탈레반에 총격받고 영국서 수술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라
분홍색 히잡을 두른 그의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탈레반에 맞서 여성의 교육권을 주장하다 머리에 총격을 받은 말랄라 유사프자이(16)가 유엔 연설로 자신의 16번째 생일을 자축했다.
그는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청소년유엔총회에 참석해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배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 명의 어린이, 한 명의 선생님, 한 자루의 펜, 한 권의 책은 세계를 모두 바꿀 수 있다”며 “우리가 책과 펜을 가질 수 있게 해 달라. 책과 펜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그를 지지하는 300만명의 청원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유사프자이는 2009년 영국 <비비시>(BBC) 방송의 우르두어(파키스탄의 3대 공용어 가운데 하나) 누리집에 탈레반에 점령된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 계곡의 참상을 알리는 일기를 썼다. 그는 파키스탄 여성에게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글을 남겨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 대가로 지난해 10월 하굣길에 탈레반이 쏜 총에 머리를 맞는 중상을 입었다. 괴한들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 버스에 타려는 그에게 “네가 말랄라냐”라고 물은 뒤 총기를 난사했다. 그는 곧바로 영국 버밍엄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비롯해 집중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다. 이 사건으로 소녀들의 75%가 교육을 받지 못하는 파키스탄의 현실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유사프자이의 활동을 지원하려는 ‘말랄라 펀드’가 만들어졌다. 이 펀드는 파키스탄 등 전세계에서 여성들의 교육과 권익을 돕는 활동을 지원한다.
한편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이날 세계 6~15살 어린이 가운데 4850만명이 분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초등교육 대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 지난 1월까지 3900개의 학교가 파괴되는 등 어린이의 교육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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