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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반쪽짜리 과도 내각 출범…이슬람주의 세력 빠져

등록 2013-07-17 20:26수정 2013-07-17 22:26

무슬림형제단·누르당 등 포함안돼
NYT “경쟁자 배제 무르시 전철 반복”

쿠데타 주역 시시 제1부총리 겸임
환경·정보·보건엔 여성 장관 파격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13일 만에 이집트의 과도 행정부가 출범했다. <알자지라>는 16일 하짐 바블라위 총리와 34명의 부총리·장관들로 이뤄진 새 내각의 구성이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내각은 자유주의 세력과 테크노크라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무르시 대통령이 속해 있는 무슬림형제단과 강경 이슬람주의 살라피 정당인 누르(빛)당 등 이슬람주의 세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들리 만수르 대통령 쪽은 “내각을 구성하면서 무슬림형제단과 누르당에 입각을 제의했다”며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하다드 대변인은 “우리는 어떠한 자리도 제안받은 적이 없다. 이 모든 것이 불법이고 정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애초 무르시 축출에 동참했다가 자유주의 세력과 갈등을 빚고 반무르시 진영에서 떨어져나온 누르당도 성명을 내 “새 내각은 자신들이 비난한 무르시 정부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독점과 배제는 분열과 혼란,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몰락 직전의 이집트 경제를 회생시키려고 능력과 경륜을 중시해 내각을 구성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1년 전 무르시가 그랬듯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정치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내각을 꾸렸다는 비판 역시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카이로대학의 정치경제학자인 무아타즈 압둘파타흐는 “과도 행정부는 ‘우리는 이겼고 너희는 졌다’식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무르시 제거 작전을 총지휘한 압둘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장관직 유임과 동시에 제1부총리를 맡은 사실이다. 제1부총리의 구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내각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무르시 정권에서 내무부장관을 지낸 무함마드 이브라힘도 유임됐다. 그는 경찰을 지휘하며 치안을 맡아왔는데, 6월30일 이후 계속된 대규모 반무르시 시위 때 경찰은 이를 막지 않고 방조했다. 외무장관엔 1999~2008년 주미대사를 지낸 나빌 파흐미가 임명돼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으론 나름 다양성을 살려보려고 노력한 흔적도 있다. 환경부장관에 지역운동가 출신인 라일라 이스칸다르 카밀을 기용한 것을 비롯해 정보부, 보건부장관에 여성을 발탁해 모두 3명의 여성이 내각에 참여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장관을 지낸 여성이 2명뿐인 사실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인사다. 이밖에 반무르시 전선에 함께한 콥트 기독교도 3명도 장관으로 임명됐다. 만수르 대통령은 16일 저녁 대통령궁에서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회의를 열어 경제난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8일 공화국수비대 본부 밖에서 50여명이 숨진 것과 같은 대형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무르시 지지자들의 시위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15일에도 친무르시 세력과 경찰이 충돌해 7명이 숨졌다. 새 행정부의 틀이 갖춰지자 그동안 치안 부재 상태에서 손놓고 있던 경찰도 달라졌다. 경찰은 15일에 열린 시위와 관련해 400여명을 체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지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 이후 시위대를 거의 체포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라며, 이젠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전쟁’에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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