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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터키 반정부 시위대 커플 탄생
뒷풀이는 최루탄·물대포 ‘얼룩’

등록 2013-07-21 20:33

5월 시위공원서 만나 사랑 키워
면사포위 안전모로 진압 상징
하객들 구호 외치자 경찰 해산
20일 터키 이스탄불의 게지공원. 눈부시게 하얀 베일 위로 ‘흰색 안전모’를 쓴 신부의 볼에 신랑이 입을 맞췄다. 공원에 모인 수백명의 하객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비난하는 반정부 구호가 터져 나왔다. 게지공원은 지난 5~6월 터키 전역을 달군 반정부 시위의 발화점이다. 신부가 베일 위에 눌러 쓴 흰색 안전모는 당시 노래·폭죽·키스·에스엔에스(SNS)로 시위하던 젊은이들이 경찰의 최루탄과 고무총탄 진압에 맞서려고 쓴 안전모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반정부 상징물이다. 이날 결혼한 커플은 당시 청년층을 중심으로 축제처럼 이어진 시위 현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결혼식 뒤풀이 축하 행사를 게지공원에서 하겠다고 선언하며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다.

경찰은 결혼식 행사라도 정부를 비난하는 구호를 두고 보지 못했다.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표현을 법으로 가로막고, 술 판매를 극도로 제한하는 등 이슬람 율법을 앞세운 권위주의 행태로 반발을 사고 있는 에르도안 정부는 세속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열망한 시위 커플의 결혼식 뒤풀이에도 물리력을 동원했다. 미국 <에이피>(AP) 통신 등은 경찰이 결혼을 축하하려고 게지 공원에 모여든 사람들을 쫓아내고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이자 하객들을 추적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결혼한 커플과 일부 하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게지공원에 들어가는 걸 잠시 허용했으나, 모여든 군중 사이에서 반정부 구호가 터져 나오자 곧바로 사람들을 쫓아내고 시위 진압에 나섰다.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의 반정부 시위는 지금은 소강 국면이다. 하지만 만민공동회식 토론·콘서트·불꽃놀이 등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낸 젊은이들은 시위의 유산으로 ‘사랑’을, 에르도안 정부는 ‘최루탄’을 제각각 각인시켰다. 앞으로 터키 여론 향배가 주목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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