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군 실탄사격 불사 강경
주말 시위대 70~120명 사망
미국, 과도정부 원조 계속 뜻
주말 시위대 70~120명 사망
미국, 과도정부 원조 계속 뜻
2년여 만에 ‘아랍의 봄’이 ‘피의 여름’으로 변하고 있다. 2011년 독재자들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의 주무대였던 이집트·리비아·튀니지 모두 소요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정치적 대결, 추락하는 경제, 치안불안 상황은 세 나라가 꼭 닮았다.
이집트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실각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과도 정부와 이슬람주의 세력간의 충돌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 최악의 유혈사태
27일 새벽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라바아 아다위야 사원 인근에서는 농성중인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72명 이상이 사망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무르시 실각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라고 전했다. 이날 충돌은 일부 시위대가 농성 장소를 떠나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있는 다리 쪽으로 행진하던 중 경찰이 실탄을 발포하면서 벌어졌다. 보건장관은 7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무슬림형제단 쪽은 적어도 120명이 사망하고 4500명이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에도 공화국수비대 본부 밖에서 실탄 발포로 60여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무르시 실각 이후 소요 사태로 지금까지 2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27일 사태와 관련해 무함마드 이브라힘 이집트 내무장관은 무르시 지지자들이 새총으로 경찰을 공격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경찰은 최루가스만 발포했고 이슬람주의 폭도들이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시위대들이 평화적으로 행진하던 도중 인근 건물의 지붕 위에서 총탄이 날아들었으며, 나중엔 경찰이 직접 실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브라힘 내무장관은 라바아 아다위야에서 연좌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친 무르시 시위대를 향해 곧 해산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무르시 대통령 실각 이후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 되어온 이곳의 시위대는 농성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 또한번의 유혈충돌이 우려된다.
■ 무르시엔 체포영장
친무르시 이슬람주의 세력과 과도정부의 세속주의 세력은 더욱 거센 충돌로 치닫고 있다. 27일 유혈사태는 과도정부의 실력자인 압둘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폭력과 테러리즘에 맞서는 권한을 군부에 부여하는 거리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한 데 이어 발생했다. 지난 3일 쿠데타 이래 연금돼있던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공식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이집트 법원은 26일 무르시가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공모해, 2011년 카이로의 교도소 탈옥사건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형은 사형이다. 내무부는 무르시가 토라 형무소로 이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다.
■ 미국, 원조 계속 결정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 이집트 지도자들에게 “지금은 이집트에 중요한 순간”이라며 “벼랑에서 한걸음 물러나 나라를 구하고 포괄적인 정치대화를 열라”고 촉구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추가 인명 손상을 막기 위해 물러서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미국은 이집트 과도정부를 향해 강경 대처를 철회하도록 압박하면서도, 과도정부의 합법성은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대통령 축출과 관련해 “국무부는 쿠데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연간 15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 이집트 원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련 법은 민선정부가 쿠데타로 전복되면, 그 정부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 ‘수십명 사망’ 이집트 최악 유혈사태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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