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즉위 기념 스페인 범인 사면
수만명 거리로 뛰쳐나와 항의
뒤늦게 철회했지만 민심 이반 심각
수만명 거리로 뛰쳐나와 항의
뒤늦게 철회했지만 민심 이반 심각
‘아랍의 봄’을 가까스로 비켜간 모로코 왕정이 빈곤층 어린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스페인 남성을 사면했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모로코 국왕 무함마드 6세가 지난달 30일 어린이 성범죄자인 스페인 국적의 다니엘 갈반(64)을 사면했다가 수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자 4일 뒤늦게 사면을 철회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등이 전했다. 스페인 부유층인 갈반은 모로코 현지에 아파트 두 채를 사놓고 살면서 3~14살 빈곤층 어린이 11명을 끌어들여 성폭행하거나 포르노 영상을 찍은 범죄 사실이 인정돼 2011년에 징역 30년형을 받았다. 지난달 모로코를 방문한 스페인 국왕은 자국민 죄수 사면을 부탁했고, 모로코 국왕은 즉위기념일 특사로 스페인 죄수 48명을 사면했다. 갈반이 여기에 포함됐다. 갈반은 사면 다음날 곧바로 스페인으로 떠났다.
모로코는 아랍의 봄을 거치며 왕정국가에서 입헌군주제로 변모하는 등 ‘위로부터의 개혁’을 선언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국왕이 종교·군 통수권자로서 3권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70%가 넘는 국민이 빈민층에 속하는 등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언론 통제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왕의 사면권 행사로 빈곤층 유아와 어린이를 성적으로 착취한 스페인 부유층 죄수가 석방된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져 대규모 시위를 부른 셈이다. 지난 2일 수도 라바트와 카사블랑카 등 대도시에서 수만명이 시위에 나섰고,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6~7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상황이다. 아랍의 봄 이후 부패 척결·빈곤 완화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져 왔지만, 이번 사태는 식민통치를 했던 스페인 남성의 어린이 대상 성범죄라는 폭발력 강한 이슈에서 비롯한데다, 2일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져 민심이 크게 나빠졌다.
왕실 쪽은 “국왕은 사면 당시 범죄 내역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당장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는 성명을 내는 등 사태 수습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6월에도 프랑스·영국 남성이 6살 어린이 등에 대한 성범죄로 체포되거나 유죄 선고를 받는 등 유럽 남성의 빈곤층 어린이 성적 착취가 만연해 모로코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정세라 기자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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