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대통령취임뒤 서방에 첫 대화제안
새 외무장관에 ‘미국통’ 지명 눈길
새 외무장관에 ‘미국통’ 지명 눈길
지난 4일 취임한 하산 로하니(사진) 이란 대통령이 국제사회를 향해 핵개발과 관련해 ‘진지하고 실제적인’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뒤 첫 기자회견을 6일 열어 “서방국가들과 이란 양쪽이 갖고 있는 우려는 단시일에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하지만 이는 위협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로하니는 이란의 ‘핵주권’을 강조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평화롭고 합법적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4월 카자흐스탄에서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과 핵협상을 벌였다. 6개국은 이란이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농축 우라늄을 폐기하면 대이란 제재를 일부 해제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
지난 6월 대선에서 승리한 로하니는 줄곧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맺겠다고 강조해왔다. 온건 중도파, 협상파로 불리는 그는 지난 4일 미국 사정에 밝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유엔대사를 외무장관에 지명해 새로운 외교 정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타임>은 자리프 지명을 놓고 “로하니가 미국 등과 매우 사이가 나빴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과 다른 외교정책을 펼치리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고 짚었다. 2002~2007년 유엔대사를 지낸 자리프는 미국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으며, 타협적이고 외교 논리에 밝은 인물이다. 자리프는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도 사이가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로하니가 내민 올리브 가지가 이란과 서방국가들 사이에 평화의 열매를 맺게 될지는 미지수다. 자리프가 장관으로 지명되리란 소식이 떠돌던 지난달 31일, 미국 하원은 이란의 석유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의원 76명은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이란에 대한 좀더 강력한 경제제재와 함께 해결책이 없을 경우 군사 행동까지 옵션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발리 나스르 교수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계속 강화하겠다고 나온다면, 이란에서 누가 외무장관이 되더라도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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