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연좌농성장 두곳 진입
시위대 “불도저로 텐트 밀어”
무슬림형제단 “200여명 숨져”
보건부 “149명 사망 1400명 부상”
시위대 “불도저로 텐트 밀어”
무슬림형제단 “200여명 숨져”
보건부 “149명 사망 1400명 부상”
이집트 과도정부가 6주째 계속돼온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 연좌시위대를 강제 진압하고 한달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대의 주축인 무슬림형제단은 해산 과정에서 100명 넘게 숨지는 학살이 벌어졌다며, 더 광범위한 거리시위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집트에 드리워진 내란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14일 오전 6시 카이로 동부 나스르시티의 라비아 아다위야 사원과 서쪽의 카이로대학 인근 나흐다 광장에 보안군과 경찰이 진입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등이 보도했다. 군과 경찰은 불도저 등을 동원해 시위대 캠프를 강제 철거했다. 불도저가 농성자들의 텐트를 깔아뭉개는 가운데 군과 경찰은 최루탄 등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 진압했다. 진압에 앞서 인근 거리는 봉쇄됐으며, 총격도 벌어졌다. 이집트 내무부는 작전 개시 2시간45분 만에 진압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 쪽은 진압 직후 사망자 200명에 부상자가 800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또 <알자지라> 방송은 무슬림형제단 일부에선 사망자를 최대 2200명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대변인 게하드 핫다드는 트위터에 “이는 해산이 아니라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모든 목소리를 박멸하는 유혈 조처”라며 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오라고 이집트인들에게 촉구했다.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보건부는 149명이 숨지고 14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알자지라> 방송도 현지 특파원을 통해 간이병원에서 94명의 주검을 확인했다. 발표 주체마다 사망자 수가 엇갈리고, 주요 외신들도 확인이 안 된다고 보도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농성에 참가한 무라드 아메드는 “참혹했다. 그들은 우리 텐트를 파괴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숨도 쉴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증언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현장을 취재하던 영국 <스카이 뉴스> 방송의 베테랑 카메라기자 믹 딘(61) 등 언론인 2명과 무슬림형제단 고위 지도자 무함마드 벨타기의 딸 아스마 벨타기(17)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 내무부는 진압 병력은 총격을 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농성장 내부의 ‘테러분자’들한테서 공격을 받았다며, 무슬림형제단 쪽의 주장을 부인했다.
진압된 시위대는 지난 7월3일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된 이후 무르시의 복위 등을 주장하며 연좌농성을 벌여왔다. 이날 진압 전에도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 등으로 이미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이번주 초부터 연좌시위대를 진압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반정부 세력의 구심이던 연좌시위대가 강제 진압돼 이집트 사태가 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무슬림형제단 쪽이 전면적인 반정부 투쟁에 나서리라 예상되는데,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은 무장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해산된 시위대의 도피와 시위의 전국적 확산을 막으려고 카이로와 연결된 모든 열차의 운행을 중단했다. 과도정부는 이어 14일 오후 4시부터 한달간 지속되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이에 따라 카이로 등 11곳에서 저녁 7시부터 통행이 금지된다. 또 아들리 만수르 임시대통령은 “무장 군대가 경찰과 공조해 치안을 유지하고 공공 및 사유 재산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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