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날’ 선포…반정부 시위 촉구
‘비폭력 평화투쟁’ 방침은 고수
무장투쟁 세력분화 가능성 커져
‘비폭력 평화투쟁’ 방침은 고수
무장투쟁 세력분화 가능성 커져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16일(현지시각)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고, 금요기도 뒤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구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이집트 현대사에서 최악의 학살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 연좌농성시위 유혈 진압 하루 뒤인 15일 무슬림형제단이 ‘쿠데타 타도 투쟁’을 선포하면서도, 비폭력평화투쟁을 천명하며 계획한 반정부투쟁이다.
무슬림형제단은 비폭력평화투쟁을 한결같이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다짐하는 비폭력평화투쟁의 준수와 효과가 의심되고 있다. 과도정부를 주도하는 군부와 무바라크 시절의 강경 공안세력들이 14일의 강제 유혈 진압에서 보듯 의도적인 학살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슬림형제단으로서는 60년 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의 가멜 압델 나세르 정권에 의해 불법화됐던 때 이후 가장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나세르에 의해 불법화됐지만 그 뒤 무장투쟁의 길을 피했고, 사회복지 사업과 제도 정치권 진출을 꾀하며 대중적 지지를 넓히는 노선을 추구해왔다. 특히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에는 철저하게 유화전술을 구사하며, 제도 정치권에서 세력을 키웠다. 하지만, 아이만 자와히리 등 무슬림형제단의 강경파들은 이런 유화노선에 불만을 품고 이탈해, 알카에다 결성의 주축 세력이 됐다. 특히 1990년대에는 적지않은 단원들이 무장투쟁 노선에 가담했다. 현재 이슬람권 전역에 퍼져있는 이슬람주의 무장투쟁 조직의 핵심 단원들은 대부분 무슬림형제단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비폭력평화투쟁을 천명한 무슬림형제단의 딜레마는, 유혈 진압 사태가 아직까지는 대중 사이에서 ‘반 과도정부, 친 무슬림형제단’ 정서를 크게 확장시키는 징후가 없다는 점이다. 유혈 진압 사태 이후에도, 세속주의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군부와 과도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유혈 진압 사태에 항의해 사임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이 세속주의 정치세력에서 왕따를 당하는 실정이다.
강제 유혈 진압 이후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틀을 지나며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한편으로 그 양상이 폭력화하며 무슬림형제단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경찰 파출소와 콥트기독교 교회 습격이 그 예이다.
이집트에서 널리 퍼진 총기도 문제다. 치안 불안 등으로 적잖은 이집트 국민이 자위 차원에서 총기를 소유하고 있고, 내란 중인 리비아와 팔레스타인 쪽에서도 무기들이 반입되고 있다. 치안력이 미치지 못하는 시나이 반도와 서부 사막지대는 이미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은거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오랜 세월 폭력투쟁 노선을 멀리해온 무슬림형제단이 다시 전면적인 폭력투쟁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하지만, 과거에 무슬림형제단에서 무장투쟁 세력들이 분화해 나갔듯이, 앞으로도 안팎에서 무장투쟁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더 빠르게 늘어나며 분화해 나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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