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유혈진압 경제난 더 악화시켜

‘알자지라’ 보도…주가 추락·금리 상승
미, 무르시 축출 쿠데타 규정 가능성

이집트 군부가 친무르시 시위대를 살육하듯 진압하고 있는데도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 군부 지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집권 뒤 심화한 경제난 탓이 크다. 하지만 군부의 유혈진압 사태로 이집트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데일리뉴스 이집트>는 이집트 경제가 2년 전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때보다도 나빠졌다고 보는 이집트인이 10명에 8명꼴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집트 갤럽이 지난 6월12~19일 15살 이상 114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80%가 무르시 정권에서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응답자 가운데 73%는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군부의 무슬림형제단 탄압을 용인하는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이집트 군부의 강경한 대응이 이집트 경제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실제로 카이로 증시는 전날보다 3.9% 하락해 6월1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주 동안 170억이집트파운드(약 2조7133억원)가 증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국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3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주보다 18베이시스포인트(bp) 상승해 11.44%를 기록했고, 9개월 만기 국채도 금리가 3bp 올라 12.41%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이집트에 진출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의 바스프 등 다국적기업의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멈춰 현지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의 120억달러 지원에도, 이집트 경제의 장기간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알자지라>가 전망했다. 경제난에다 정정 불안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르시 정부가 추진한 국방 예산에 대한 의회의 통제가 비상사태 선포로 무산돼 부패의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더욱이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2억5000만달러의 경제 분야 원조 중단을 위한 예비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는 18일 미국 국무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조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집트 군부의 행위를 쿠데타로 공식 규정하게 되면, 연간 13억달러에 이르는 군사원조 등이 중단될 수 있다.

이춘재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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