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아이들 주검 앞…‘화학무기 누가 쐈나’ 공방만

등록 2013-08-22 20:01수정 2013-08-22 22:16

시리아 내전 참극
사망자수 증언 130~1300명 엇갈려
반군 “정부군 로켓” 정부 “조작극”
확인땐 미 군사개입 등 가능성
안보리 의견대립…조사결정 못 내
흰 수의에 싸인 수많은 주검들로 병원 바닥이 가득 찼다. 기저귀도 떼지 않은 것 같은 아기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죽음. 주검들엔 외상도 핏자국도 없다. 생존자들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거나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킨다. 화학무기 공격의 징후로 꼽히는 것들이다.

시리아 반군 진영과 인권운동가들이 21일(현지시각) 다마스쿠스 동쪽 교외의 구타 지역에서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피해자들을 찍었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한 비디오 속의 아비규환이다. 2년 반 동안 계속돼온 시리아 내전의 참상 중에서도 가장 처참하다. 이 사건은 시리아 내전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이 미국의 군사개입을 결정할 ‘금지선’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참상 앞에서 진실 공방과 외교전이 치열하다. 우선 정확한 사망자 수에 대한 증언이 크게 엇갈린다. 이번 참극을 가장 먼저 외부에 알린 권위 있는 독립적 비정부기구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2일까지 130명이 넘는 사망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군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1300명 넘게 죽었다고 주장했다. 1000명 넘게 사망한 게 사실이라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1988년 화학무기로 쿠르드족 5000여명을 학살한 이후 최악의 화학무기 참사가 될 전망이다.

‘누가 화학무기를 썼나’라는 핵심 질문을 둘러싸고는 공방전이 더 치열하다.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쓴 것으로 확인된다면 미국 등이 직접 군사 개입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군 진영은 21일 새벽 정부군의 폭격이 계속된 뒤 화학무기를 탑재한 로켓이 떨어졌다며,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단언한다. 시리아국민연합의 대변인인 루아이 메크다드는 “지금 국제사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언제 나서겠느냐”며 외부의 개입을 촉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반면 시리아 외교부는 21일 성명에서 반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외교부도 “아사드 정권을 궁지에 몰려는 반군의 조작극이자, 계획된 도발”이라고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이 유엔 화학무기조사팀이 다마스쿠스에 머물고 있는 시점에 벌어진 사실도 주목할 지점이다. 내전에서 상대적으로 우세인 정부군이 뻔히 문제가 될 시점에 화학무기를 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의혹 제기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지적했다. 시리아에는 유엔 조사팀이 이 사건 이전에 제기된 3건의 화학무기 공격 의혹을 조사하려고 18일부터 머물고 있다.

21일 오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가 소집됐으나, 구속력을 가진 조사 결정 등은 나오지 않았다.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안보리 회의에선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에 체류중인 유엔 조사단의 즉각 조사 등을 주장하는 영국·프랑스·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대립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시리아 내전에 휩쓸리기를 원치 않는 미국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21일 유엔의 조사를 촉구했지만,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이 확인됐을 때 미국이 어찌 대응할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동양그룹 금융계열사는 그룹의 ‘마이너스 통장’
‘폭소 유발’ 자동번역기, “맥주 싸게싸게 마셔라” 결과는?
에로영화는 ‘찍는 과정’도 에로영화?
[화보] 28년만에 베일 벗은 전두환 일가의 청남대 생활
[화보] 서울내기 잡아 끈 담장 없는 시골 마당집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