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사개입 행보에…조사 방법·결과 둘러싸고 다시 공방일듯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가 사용된 다마스쿠스 교외 지역에 대한 유엔의 현지조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화학무기 공격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검토되던 미국의 군사개입은 유엔 조사 결과가 확인된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5일 시리아 외교부가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중인 앙겔라 케인 유엔 군축 고위대표에게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를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전날인 24일 이번 사태에 대한 “공평하고 철저한 조사”를 위해 케인 고위대표를 다마스쿠스에 급파한 바 있다. 시리아 외교부는 “이번 합의의 효력은 즉시 발생한다”고 밝혀 유엔에 의한 현지조사는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가 유엔 조사에 대해 발빠르게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 사태 이후 미국이 본격적으로 군사개입을 검토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국방·정보·외교 분야 최고위 당국자들이 24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시리아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영국·프랑스·터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은 이미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주체라고 못박고 나서며 미국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회의 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준비해야 할 모든 잠정적 선택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해, 세부 검토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리아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쏟아져 나왔을 때 “화학무기 사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를 사용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화학무기 사용을 미국의 군사개입을 불러올 수 있는 이른바 ‘금지선’(레드라인)으로 선언한 셈이다.
그에 따라 미국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시리아 사태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리는 <워싱턴 포스트>에 “선택 방안 가운데는 순항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미 해군 구축함 배치도 포함돼 있다”고 말하며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지중해를 떠나 미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던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머핸호가 지중해에 머물도록 명령이 내려졌다. 현재 지중해에는 머핸과 래미지 등 미군 구축함 4대가 배치돼 있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은 “미 국방부가 시리아 정부군을 크루즈미사일로 공격할 초기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리아가 유엔의 현지조사를 전격 수용하며 미국의 군사개입은 유엔 조사 발표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밝혔듯 “미국이 명확한 증거나 유엔과의 협의 없이 다른 나라를 공격한다면 국제적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부도 24일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중동 전체에 불을 지피는 불덩어리가 될 것”(옴란 조아비 정보장관)이라고 견제구를 날렸지만, 결국 미국과 정면충돌 대신 유엔 조사 수용이라는 타협책을 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는 유엔 조사의 방식과 결과 등을 둘러싼 제2라운드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서구 국가들과 러시아·이란 사이의 반목과 불신의 벽이 너무 높아 유엔이 양쪽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전정윤 길윤형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