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라크 침공 재연되나
화학무기 사용주체 불분명한데
유엔 결의 없이 공격감행 채비 반기문 “평화·외교에 기회 줘야”
군사개입에 사실상 반대뜻 밝혀 아사드 정권 약화 효과 미지수
중동내 반미정서 증폭될수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은 중동에서 10년 전 이라크 침공에 버금가는 복잡한 작전을 벌이게 된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강행하려는 시리아 군사개입은 이라크 침공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어, 그 파장이 주목된다. ■ 대량파괴무기 명분, 유엔 동의 없이 나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명분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을 막는 것이었다. 시리아 개입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 명분이다. 후세인 정권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은 미국이 증거를 조작한 허위로 판명됐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으나, 사용 주체가 아사드 정권인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라크 침공 때 대량파괴무기 개발 증거를 조작한 미국은, 조사를 진행하던 유엔 무기사찰단의 효용성을 부정하며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없이 침공을 감행했다. 이번에도 시리아에서 유엔 조사단이 조사를 시작했지만, 미국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군사개입을 단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적극적으로 의도했던 것과 달리, 시리아 내전에 대해선 오랫동안 군사개입을 극도로 꺼려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유엔 조사단이 화학무기 사용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시간을 줘야 한다. 평화에, 외교에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실상 군사개입에 반대했다.
■ “시리아 정권 교체 원치 않는다” 미국은 이라크에 지상군을 투입해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목표로 전면전을 벌였다. 반면 시리아 개입에선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정부·군사 시설을 정밀하게 폭격하는 ‘외과적 공습’으로 제한하려 한다. 특히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공식성명을 발표해 “정권 교체는 절대 목표가 아니다”라며, 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원하지 않는다고 미리 강조했다. 아사드 정권을 ‘저지하고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지만, 미국의 군사개입이 확대돼 시리아 내전의 수렁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은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에서 ‘중동 민주화와 역내 질서 재편’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었으나, 후세인 정권 붕괴 뒤 종파분쟁이 악화되고 이슬람 무장세력이 영향력을 키우는 권력공백 상태를 초래해 중동을 혼란에 빠뜨렸다. 반면 시리아 개입에 대해선 전략적 목표조차 불분명하다. 다만,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저지선)이 침범된 현실을 묵인할 경우, 이란도 레드라인을 넘어 핵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아울러 미국은 이집트 사태 등으로 소원해진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사드 정권 응징을 요구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중동지역에서 친미동맹 재강화를 꾀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제한적 공습 가능할까 미국은 시리아 개입이 이라크 침공 이후 대혼란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개입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 때처럼 러시아-이란-시리아-(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중동 반미 블록이 더욱 견고해지고, 이슬람주의 세력의 반미 정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제한적 공습으로 아사드 정권의 군사 역량과 의지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없다는 회의론이 강하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민주당 중진인 엘리엇 엥걸 하원의원은 “공격이 더 나아가야 한다. 반군 쪽에 유리하도록 전투 상황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려면 지상군 투입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2011년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 때처럼 무제한적 공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동의 균형추로 중동 각국 정세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상을 고려하면, 리비아처럼 무제한 공습을 감행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이란, 레바논 등 주변 국가로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고 걷잡을 수 없는 난민 사태도 우려된다. 미국은 일회적인 제한적 공습을 원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 있을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유엔 결의 없이 공격감행 채비 반기문 “평화·외교에 기회 줘야”
군사개입에 사실상 반대뜻 밝혀 아사드 정권 약화 효과 미지수
중동내 반미정서 증폭될수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은 중동에서 10년 전 이라크 침공에 버금가는 복잡한 작전을 벌이게 된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강행하려는 시리아 군사개입은 이라크 침공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어, 그 파장이 주목된다. ■ 대량파괴무기 명분, 유엔 동의 없이 나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명분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을 막는 것이었다. 시리아 개입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 명분이다. 후세인 정권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은 미국이 증거를 조작한 허위로 판명됐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으나, 사용 주체가 아사드 정권인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라크 침공 때 대량파괴무기 개발 증거를 조작한 미국은, 조사를 진행하던 유엔 무기사찰단의 효용성을 부정하며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없이 침공을 감행했다. 이번에도 시리아에서 유엔 조사단이 조사를 시작했지만, 미국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군사개입을 단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적극적으로 의도했던 것과 달리, 시리아 내전에 대해선 오랫동안 군사개입을 극도로 꺼려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유엔 조사단이 화학무기 사용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시간을 줘야 한다. 평화에, 외교에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실상 군사개입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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