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샤바브, 무차별 살상 왜?
* 알샤바브 : 소말리아 무장단체
강경 이슬람, 소말리아 장악에
미국의 지원받은 케냐군 개입
‘세력 축소’ 알샤바브 보복 나서 주말 나들이객 향해 조준 사살
최소 59명 숨져…사망자 더 늘듯
인질 볼모 극렬저항 총격전 계속 21일 정오(현지시각)께 케냐 수도 나이로비 중심가의 고급 쇼핑몰 웨스트게이트. 주말을 맞아 쇼핑과 식사를 즐기러 나온 현지 부유층과 외국인 거주자들로 붐비던 나이로비의 명소는 갑자기 들이닥친 무장 괴한들이 쇼핑객들의 얼굴을 정조준해 총격을 가하면서 피바다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국인 여성 1명을 포함해 적어도 59명이 숨지고 170명 이상이 다쳤다.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들어와 동시에 총격을 시작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샤바브’ 조직원으로 알려진 이들은 쇼핑객들을 한명씩 처형하듯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한 흑인 여성이 온몸을 던져 아이를 총격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쇼핑카트에 피투성이 부상자가 실려 나오는 모습 등이 목격됐다. 한국인 10대를 포함해 4~6시간 이상 쇼핑몰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사례도 속출했다. 케냐 당국은 특공대 등을 투입해 1000여명을 탈출시켰다. 하지만 무장대원들이 여전히 많은 인질을 붙잡고 극렬 저항하고 있어 총격이 시작된 지 29시간 이상이 지난 22일 오후 늦게까지도 총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22일 오후 5시 방송 연설에서 “10~15명의 무장대원이 인질을 붙잡고 있다”면서도 “이들을 무력화할 좋은 기회를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인질의 규모는 불분명하지만, 케냐 적십자사가 현지 경찰 언급을 인용해 실종자가 49명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인질은 40명 안팎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소말리아 무장조직 알샤바브 대변인 무함마드 라게는 사건 직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번 사건은 2년 전부터 케냐가 소말리아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에 대한 복수”라며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케냐가 소말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는 한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샤바브는 또 21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웨스트게이트에서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쇼핑몰 내 조직원들이 100명 이상을 살해했고 결코 저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케냐 특공대가 쇼핑몰 5층 건물 대부분을 장악한 상태에서도 무장 조직원들의 인질극과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전한 진압에는 시간이 걸리고 사상자도 크게 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가 잉태된 데는 수십년간 이어진 소말리아 내전 비극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600달러의 최빈국인 소말리아는 1991년 군사정권이 붕괴한 뒤 정권 장악을 둘러싼 부족간 내분이 격화하고 무장군벌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내전에 휘말렸다. 또 내전과 함께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이 덮쳐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20만명이 기아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후 미군 주도의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 등 국제사회 개입이 실패로 돌아가고 오랜 혼란을 거친 뒤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인 이슬람법정연대(ICU)가 2006년 군벌들을 몰아내고 수도인 모가디슈를 장악했다. 이슬람법정연대는 내전으로 인한 무정부 상태에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해 다툼을 중재하는 이슬람 법정을 통해 대다수가 무슬림인 국민들한테 영향력을 키우며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강경 이슬람주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에티오피아군과 케냐군 등이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의 형식으로 2006년과 2011년 차례로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해 이들을 견제했다. 알샤바브는 이슬람법정연대에서 갈라져 나온 청년 무장단체로 이슬람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지향한다. 이들은 한때 수도를 비롯해 주요 요충지를 장악했다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케냐군의 개입으로 타격을 입자 케냐를 테러의 과녁으로 삼았다. 특히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1층에는 이스라엘계가 운영하는 유명 카페가 자리한데다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들어 테러 목표물이 되기 쉽다는 경고가 이전부터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 쇼핑몰은 고급 상점가는 물론 값비싼 식당 등이 즐비해 ‘동아프리카 경제 엔진’이라고 불리는 케냐 나이로비의 번영을 상징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사상자에는 외국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한국인 말고도 영국인 3명, 프랑스인 2명, 캐나다인 2명 등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인으로는 4명의 부상자가 확인됐다. 미국 펜타곤의 아프리카테러대응 전 책임자였던 루디 아탈라는 “이번 공격은 알샤바브 조직의 능력을 과시해 새 조직원을 충원할 능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관련 화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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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원받은 케냐군 개입
‘세력 축소’ 알샤바브 보복 나서 주말 나들이객 향해 조준 사살
최소 59명 숨져…사망자 더 늘듯
인질 볼모 극렬저항 총격전 계속 21일 정오(현지시각)께 케냐 수도 나이로비 중심가의 고급 쇼핑몰 웨스트게이트. 주말을 맞아 쇼핑과 식사를 즐기러 나온 현지 부유층과 외국인 거주자들로 붐비던 나이로비의 명소는 갑자기 들이닥친 무장 괴한들이 쇼핑객들의 얼굴을 정조준해 총격을 가하면서 피바다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국인 여성 1명을 포함해 적어도 59명이 숨지고 170명 이상이 다쳤다.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들어와 동시에 총격을 시작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샤바브’ 조직원으로 알려진 이들은 쇼핑객들을 한명씩 처형하듯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한 흑인 여성이 온몸을 던져 아이를 총격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쇼핑카트에 피투성이 부상자가 실려 나오는 모습 등이 목격됐다. 한국인 10대를 포함해 4~6시간 이상 쇼핑몰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사례도 속출했다. 케냐 당국은 특공대 등을 투입해 1000여명을 탈출시켰다. 하지만 무장대원들이 여전히 많은 인질을 붙잡고 극렬 저항하고 있어 총격이 시작된 지 29시간 이상이 지난 22일 오후 늦게까지도 총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22일 오후 5시 방송 연설에서 “10~15명의 무장대원이 인질을 붙잡고 있다”면서도 “이들을 무력화할 좋은 기회를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인질의 규모는 불분명하지만, 케냐 적십자사가 현지 경찰 언급을 인용해 실종자가 49명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인질은 40명 안팎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소말리아 무장조직 알샤바브 대변인 무함마드 라게는 사건 직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번 사건은 2년 전부터 케냐가 소말리아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에 대한 복수”라며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케냐가 소말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는 한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샤바브는 또 21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웨스트게이트에서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쇼핑몰 내 조직원들이 100명 이상을 살해했고 결코 저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케냐 특공대가 쇼핑몰 5층 건물 대부분을 장악한 상태에서도 무장 조직원들의 인질극과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전한 진압에는 시간이 걸리고 사상자도 크게 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가 잉태된 데는 수십년간 이어진 소말리아 내전 비극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600달러의 최빈국인 소말리아는 1991년 군사정권이 붕괴한 뒤 정권 장악을 둘러싼 부족간 내분이 격화하고 무장군벌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내전에 휘말렸다. 또 내전과 함께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이 덮쳐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20만명이 기아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후 미군 주도의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 등 국제사회 개입이 실패로 돌아가고 오랜 혼란을 거친 뒤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인 이슬람법정연대(ICU)가 2006년 군벌들을 몰아내고 수도인 모가디슈를 장악했다. 이슬람법정연대는 내전으로 인한 무정부 상태에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해 다툼을 중재하는 이슬람 법정을 통해 대다수가 무슬림인 국민들한테 영향력을 키우며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강경 이슬람주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에티오피아군과 케냐군 등이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의 형식으로 2006년과 2011년 차례로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해 이들을 견제했다. 알샤바브는 이슬람법정연대에서 갈라져 나온 청년 무장단체로 이슬람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지향한다. 이들은 한때 수도를 비롯해 주요 요충지를 장악했다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케냐군의 개입으로 타격을 입자 케냐를 테러의 과녁으로 삼았다. 특히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1층에는 이스라엘계가 운영하는 유명 카페가 자리한데다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들어 테러 목표물이 되기 쉽다는 경고가 이전부터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 쇼핑몰은 고급 상점가는 물론 값비싼 식당 등이 즐비해 ‘동아프리카 경제 엔진’이라고 불리는 케냐 나이로비의 번영을 상징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사상자에는 외국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한국인 말고도 영국인 3명, 프랑스인 2명, 캐나다인 2명 등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인으로는 4명의 부상자가 확인됐다. 미국 펜타곤의 아프리카테러대응 전 책임자였던 루디 아탈라는 “이번 공격은 알샤바브 조직의 능력을 과시해 새 조직원을 충원할 능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관련 화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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