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3곳서 잇따라 테러 발생
‘친무르시 시위 유혈진압 보복’ 분석
관광지까지 테러 확산에 정부 ‘비상’
‘친무르시 시위 유혈진압 보복’ 분석
관광지까지 테러 확산에 정부 ‘비상’
‘피의 국경일’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4차 중동전쟁 기념일 이튿날인 7일 오전, 이집트의 세 도시에선 군인·경찰, 정부 주요 시설을 노린 테러가 잇따라 일어났다. 시나이 남부의 관광휴양도시인 토르에서 보안기관 본부를 노린 자살폭탄공격으로 4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 부유층이 몰려 사는 동네인 카이로 남부 마아디의 위성통신소엔 로켓추진유탄이 날아들었다. 최근 몇년 동안 지하디스트들이 활개친 시나이 북부, 이스마일리아에선 아침 순찰을 돌던 군경 6명이 복면을 쓴 무장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무르시 대통령이 실각한 지 석달, 라바아광장에서의 잔인한 진압 작전이 벌어진 지 두달 만에 이집트 곳곳에서 이런 무장공격이 벌어진 것은 앞으로 지속적인 반격의 가능성을 예고한다”고 짚었다.
이런 사건들을 무슬림형제단과 직접 연관지을 증거는 없다. 무슬림형제단은 8월14일 카이로 외곽 나스르시티 라바아광장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진압 작전 이후 급격히 세가 꺾였다. 지난 6월30일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실각 이후 이미 수천명이 숨지고 지도자 대부분이 투옥됐다. 무슬림형제단은 자산을 압류당했고, 불법화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슬림형제단은 이제까지는 공식적으론 ‘평화로운 쿠데타 반대 시위’를 외치고 있다. 실제 토르에서 벌어진 자살폭탄공격 범인의 신원은 물론, 이스마일리아와 마아디 공격의 배후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집트 곳곳에서 벌어진 연쇄 테러가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군경·반무르시 진영 사이의 유혈 사태 다음 날 벌어진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외신들은 임시 행정부와 군부에 반대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의 ‘물리적 맞대응’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6일 무르시 지지자들은 4차 중동전쟁 40돌 기념식이 열리는 타흐리르 광장에 진입하려다가 군인·경찰, 무장한 반무르시 진영과 충돌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 충돌로 목숨을 잃은 50여명 대부분은 무르시 지지자들이고, 상당수가 윗몸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7일 발생한 세 건의 테러 중 이집트 정부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건 토르의 자살폭탄공격이다. <알자지라>는 8일 무르시 전 대통령 실각 이후 시나이 북부에선 크고 작은 무장공격이 일어났지만, 몇년 동안 조용하던 시나이 남부 관광지에서 테러 공격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짚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웃한 시나이 북부는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 퇴진 이후 치안 부재 상황에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이 들끓는 지역이었다. 반면, 홍해와 잇닿은 토르 일대는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이집트 경제를 이끌어온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집트 임시 행정부는 쿠데타 이후 이집트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관광객들도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게 됐다고 홍보해왔으나 토르에서 벌어진 테러가 이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지적했다.
이집트 임시 행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쿠데타 이후 최고 실세가 된 압둘 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은 6일 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연설했다. 오는 19일 무슬림형제단이 모태가 된 정의개발당 해산 관련 판결을 앞두고, 법원 합의체는 7일 정의개발당 해산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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