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지역서 소아마비 감염 발생
WHO·유니세프 등 “확산 막아야”
평화회담은 내년 1월로 연기
WHO·유니세프 등 “확산 막아야”
평화회담은 내년 1월로 연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등이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쪽에 어린이 예방접종을 위한 정전에 합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2년8개월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선 최근 소아마비가 발병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10월17일 시리아 동부지역에서 보고된 22건의 소아마비 의심 사례를 정밀 분석해보니, 지금까지 10건이 소아마비 바이러스 감염으로 확진됐다”며 “감염자는 대부분 2살 이하 영아”라고 발표했다. 시리아에서 소아마비 감염 사례가 보고된 것은 1999년 이후 14년 만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내전 탓에 사람의 이동이 잦고, 예방접종이 불가능한 지역도 있어 소아마비 확산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시리아의 소아마비 예방접종률은 내전 발발 이전인 2010년 95%였으나, 지난해에는 68%까지 떨어졌다. 시리아에서 소아마비 예방접종이 필요한 5살 이하 어린이는 약 50만명에 이른다.
어린이 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도 이날 성명을 내어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최전선도, 국경도 신경쓰지 않고 퍼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 저스틴 포사이스 집행위원장은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화학무기 사찰단이 시리아 전역에서 자유롭게 사찰 활동을 할 수 있다면, 구호요원들도 백신을 들고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며 “모든 어린이에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라도 정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28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시리아 특별대표는 이틀간의 물밑 교섭 끝에 11월로 예정된 평화회담(제네바 2)을 내년 1월로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전 당사자들의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디언>은 30일치에서 “브라히미 대표는 평화회담이 실패하면 시리아 사태가 ‘소말리아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군-반군의 치열한 교전으로 고립된 채 굶주림에 시달려 온 다마스쿠스 외곽 무아다미야 지역 주민 수천명이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29일 집단 피란길에 나섰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한 여성은 <비비시> 인터뷰에서 “지난 9개월 동안 빵 한 조각 구경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선 나뭇잎과 풀을 뜯어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시리아 성직자들이 무슬림이 금기로 여기는 개·고양이·당나귀 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율법 해석(파트와)을 발표한 것도 이 지역 주민들 때문이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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