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흐리르광장서 “군부 퇴진”
반군부-친군부 충돌 우려도
반군부-친군부 충돌 우려도
지난 7월 군사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18일 반군부 시위가 벌어졌다. 19일엔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쿠데타 반대 진영과 야권 연대체인 구국전선, 군부 지지 세력이 타흐리르 광장 등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흐람> 등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카이로 압딘 광장에서 열린 무함마드 마흐무드 거리 학살 사건 2주기 추모 행사에 ‘혁명전선의 길’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3000여명이 참석했다. 2년 전인 2011년 11월19일부터 1주일 동안 조속한 민정 이양을 요구하는 반군부 시위를 군과 경찰이 유혈진압해 47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다친 사건을 되새기려고 마련된 행사다. 당시는 제헌의회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무슬림형제단 쪽이 “정치 일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시위대를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밤 집회를 마친 시위대 가운데 1000여명은 타흐리르 광장에 진입해 ‘군부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집트 과도정부가 광장 한켠에 설치한 ‘혁명 기념비’에, 쿠데타의 핵심 인물이자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한 압델 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을 비판하는 글귀를 적어놓기도 했다. 반군부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에 진입한 것은 지난 7월3일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무너뜨린 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이다.
집회에 참석한 ‘혁명적 사회주의자’ 활동가 하템 탈릴마는 <아흐람>과 한 인터뷰에서 “오늘 시위는 지난 넉달여 군·경이 점령한 혁명의 성지(타흐리르 광장)를 되찾아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르시 정권 붕괴를 이끌어낸 타마로드(반란) 운동과 구국전선 등 야권은 19일 오후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규모 추모집회를 열기로 했다. 시시 장관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려고 만들어진 일부 친군부 단체들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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