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양국 안보협력협정 잠정합의”
미군·민간구성원 면책특권 부여
미군, 테러 때 아프간 군경 지원
미군·민간구성원 면책특권 부여
미군, 테러 때 아프간 군경 지원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이 2014년 말로 예정된 미군 철군 시한 이후에도 미군의 장기 주둔을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안보·국방 협력 협정’에 잠정 합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20일 보도했다. 잠정 합의안은 미국-아프간 상호방위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을 겸하는 형태다.
미국이 2014년 말까지 아프간에서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양국 정부는 철군 이후에도 아프간에 주둔할 미군의 법적 지위와 군사작전의 범위 등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여왔다. 앞서 2011년 12월 이라크 철군 시한을 앞두고도 미국은 이라크 정부와 협상을 벌였지만, 주둔군에 대한 사법 관할권을 미국에 넘기는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전면 철군을 단행한 바 있다. <에이피>는 “미국은 아프간 군경 훈련과 알카에다 잔당 소탕작전을 명분으로, 철군 시한 이후에도 미군 1만명가량을 아프간에 주둔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19일 인터넷판에서 7월25일 완성된 25쪽 분량의 잠정 협정안 초안 전문을 공개하고, “철군 시한 이후에도 미군은 아프간에 장기 주둔할 채비를 갖췄다”고 전했다. 초안에 따르면, 두 나라 정부는 2014년 말 이후 국내 치안은 아프간 군과 경찰이 전담하고, 미군은 테러 등 외부 위협이 있을 때 아프간 군경을 지원하는 식으로 큰 틀에서 구실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초안 제1조는 미군이 아프간 정부와 ‘긴밀한 협의’ 아래 △아프간 군 훈련·지원 △정보교류 △공군력 지원 및 공동 군사작전과 합의에 따른 ‘기타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어 “미국과 아프간은 알카에다와 그 관련 세력을 패퇴시키기 위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아프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군이 아프간 내부 치안 위협에 대해 ‘긴급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심 쟁점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사법 관할권 문제는, 사실상의 ‘면책’을 요구한 미국의 의견이 그대로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초안 제7조는 아프간 정부가 ‘주권적 결정’에 따라 미군과 민간 구성원에 대한 사법 관할권(기소·재판·처벌 등)을 미국에 양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민간 구성원’은 미군 군무원과 민간 계약업체 직원까지 포괄한다.
한-미 소파에서도 ‘주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미군 시설과 구역’ 조항도 엇비슷해 보인다. 초안 제2조는 아프간 정부가 양도해 미군이 사용하는 군 시설과 주변 지역에서는 미국이 독자적인 사법 관할권을 가지도록 규정해놨다. 이 또한 사실상의 ‘면책특권’을 부여한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그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정부는 미군에 면책특권을 주는 대신, 군사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아프간 민간인 피해 등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막판 쟁점 가운데 하나이던 미군의 야간 가택수색 작전권 문제는 미국 쪽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범위를 제한하는 양보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을 물으려고, 합의제로 운영되는 아프간 의회 노릇을 하는 ‘로야 지르가’(부족 원로회의)를 21일 열기로 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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