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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쿠데타 이후 친구 15명 숨져” 이집트 대학가 ‘투쟁 도가니’

등록 2013-12-03 20:16수정 2013-12-03 21:17

과도정부 “교내시위도 진압”
법 개정 뒤 반군부시위 확산

고비때마다 역사 바꾼 전통
공안탄압에도 저항 계속돼
“엄마는 시위에 나가지 말라고 해요. 하지만 친구들이 죽거나 감옥에 갇히면 이렇게 자문하게 돼요. ‘내 차례는 언제일까?’”

<허핑턴포스트>는 2일 공안정국이 조성된 이집트에서 대학가의 암울한 분위기를 르포로 전했다. 신변 안전을 염려해 ‘무함마드’라고만 이름을 밝힌 이 대학생은 이집트 최고 종교교육기관인 아즈하르대 학생이다. 그는 지난 7월 군부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쫓겨난 뒤 벌어진 시위로 지금까지 친구들 1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또다른 학생 ‘유세프’는 “바로 눈앞에서 친구들이 죽는 걸 봤다”고 말했다.

과도정부가 거리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새 법을 통과시킨 이후에도 이집트의 대학생들은 여전히 수천명씩 교정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 성향의 학생들이 다수지만 지난 여름 무르시 축출에 찬성한 세속주의 성향의 젊은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2010년 이래 대학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선 경찰이 캠퍼스에 진입하는 게 금지돼왔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임시정부는 대학 본부의 허가 없이도 경찰이 캠퍼스에 들어가 시위를 진압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시위 과정에서 카이로대 학생인 무함마드 라다가 숨졌고, 그의 머리에 총알이 박힌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자 학생들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이집트 검찰은 라다가 경찰이 아닌 친구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학생들한테서 반발을 샀다. 법원은 시위를 벌인 아즈하르대 학생 12명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집트 명문 아인샴스대학의 ‘야신’이라는 학생은 “군부가 친구들을 탄압하는 한 이젠 그들이 무슬림형제단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대학생들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오랜 이집트 학생운동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집트에선 역사의 고빗사위마다 학생들이 나서 흐름을 바꾼 경험이 있다. ‘유세프’의 아버지는 1978년 “이집트·이스라엘 밀약”(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섰고, ‘무함마드’의 아버지도 1980년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독재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중동전문가이자 <나세르부터 타흐리르광장까지 이집트의 투쟁사>를 쓴 스티븐 쿡은 “이집트 역대 통치자들이 대학을 비정치화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들에게 대학은 늘 골칫거리였다”며 “수십년 전 일어난 시위의 기운이 지금 학생들에게도 메아리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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