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김대중도서관 홈페이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만난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만델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투옥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데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만델라는 1993년에 각각 노벨평화상을 받은 비슷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만델라의 자서전인 ‘자유를 향한 머나먼여정’을 우리말로 번역한 인연도 있다. 이 책은 만델라가 부족의 추장 아들로 극심한 인종차별이 횡행했던 나라에서 태어나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젊은 시절, 도피생활의 두려움, 오랜 감옥생활의 고통, 죽음의 공포,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중이던 지난 2001년 3월 야인인 만델라 전 대통령을 초청해 당시 총리와 부총리 등 정부 고위인사는 물론 정·재계, 학계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푸는 등 ‘국빈급’으로 예우했다. 당시 김대중-만델라 두 사람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평화 증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공동 노력기로 하는 등 ‘세계평화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인 1995년 7월 당시 남아공 대통령인 만델라를 초청해 국빈으로서 예우했다. 이때 만델라 대통령은 1995년에 서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만델라는 당시 방한 기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6차례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만델라가 최근에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간 것은 삼성전자가 그의 고향 쿠누에 마을회관을 건립한 사업을 꼽을 수 있다. 그가 말년을 보낸 쿠누의 마을 주민을 위해 삼성전자 아프리카법인이 지난 2011년 11월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지역사회센터를 세워준 것이다. 당시 한 삼성 직원인 백인 남자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삼성을 샘숭이라고 발음하자 만델라 전 대통령은 “샘숭이 아니고 삼성”이라고 바로 잡아줘 이를 바라보던 10여 명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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