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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매년 GDP 10%가 부패로 사라지는 나라

등록 2013-12-06 20:19수정 2013-12-06 21:28

[토요판] 커버스토리|그가 떠난 남아공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이 ‘마디바’(넬슨 만델라의 애칭)에게 바치는 눈물엔 슬픔만 서려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회한과 안타까움이 더 짙다. 현재 남아공의 모습과 만델라가 평생 꿈꿔온 세상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만델라와 흑인들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은 1990년 아파르트헤이트(차별)를 제도적으로 폐지했고, 1994년엔 만델라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민주주의의 결실을 얻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경제적 불평등과 노동의 소외는 심화됐다. 학대와 차별의 과거는 화해와 용서로 승화되는 듯했지만, 인종과 계급간 증오는 해소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의 통계를 보면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0.63(2011년)으로 1994년 만델라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인 1993년 0.59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흑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분노와 불만은 범죄로 끓어올랐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살인 범죄가 10위권에 들고(2011년 유엔 통계), 성폭행과 강도가 만연해 있다. 이 나라는 또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 환자가 560만명(2012년 유엔 통계)에 이르러 세계 최대 에이즈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남아공 인구의 80%에 이르는 흑인들은 빈곤과 불평등에 분노하는 한편, 9%에 이르는 백인들은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부패와 무능에 불만을 터뜨린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보도를 보면, 500억달러에 이르는 남아공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부패와 비리로 사라지고 있다. 최근엔 경찰청장 2명이 잇따라 부패로 사임하는 등 정부 관리들의 부패 추문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타임>은 이런 상황을 놓고 “만델라가 흑백 차별을 없앤 지 19년이 지났지만 이제 인종 대립은 분리를 넘어 ‘원자화’됐다”고 짚는다. 이제 정신적 지주인 만델라가 사라지면서, 남아공의 흑인과 백인이 계속 평화 공존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남아공을 이끌어온 아프리카민족회의는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일단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좌절됐다. 그동안 남아공 경제를 뒷받침해온 광산업에 대해 정부는 국유화를 선언했지만 이는 중도폐기됐다. 지난해 8월 벌어진 ‘마리카나 학살극’은 남아공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플루토늄을 채취하는 이 광산에서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경찰이 발포해 47명이 숨졌다. 백인 정권에서나 일어났을 법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프리카민족회의는 차별에 맞선 저항조직으로서 101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현재 남아공의 문제점을 풀어갈 능력이 부족하다. 만델라 이후 정치 지도자들은 대부분 그와 함께 차별철폐운동을 벌이며 정치적 기반을 닦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만델라의 뒤를 이은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은 무능과 권위주의적 행태로 탄핵됐으며, 현재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표에 재선됐지만 각종 부패 혐의로 상처를 많이 입었다. 이들은 결코 마디바 같은 헌신을 보여주지도, 존경을 얻지도 못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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