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용병 약탈에 기독교도 반격
사흘동안 수도서 교전 400여명 숨져
유엔 “반인륜적 행위 상상 초월”
프·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 증병
이슬람 무장세력 확산 차단 나서
사흘동안 수도서 교전 400여명 숨져
유엔 “반인륜적 행위 상상 초월”
프·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 증병
이슬람 무장세력 확산 차단 나서
7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서부 보상고아는 ‘유령도시’ 같았다. 이날 이 도시에 들어선 80여명의 프랑스군은 거리에서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전했다. 4000여명의 기독교도는 가톨릭 교회에 숨었고, 7000여명의 무슬림은 도시 반대편 학교에 은신했다. 이곳은 지난 3월 이슬람 반군 지도자 미셸 조토디아에 의해 축출된 기독교도 프랑수아 보지즈 대통령의 고향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종교 분쟁의 핵심 거점이다. 이곳에선 5~7일 사흘간 기독교도-무슬림의 충돌로 30여명이 숨졌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래 지금까지 8번의 쿠데타를 겪었다. 하지만 다수 기독교도와 소수파인 무슬림의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아 종교 갈등이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9개월 전 무슬림 최초로 조토디아가 쿠데타에 성공해 임시정부 대통령이 되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조토디아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은 셀레카반군은 차드·수단에서 온 무슬림 용병이 다수였다. 이들 중 일부는 중동국가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강경한 이슬람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비비시>가 짚었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조토디아가 셀레카 반군의 무장 해제를 명령했지만 이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셀라카 반군이 기독교도 마을을 습격·약탈하자, 기독교인들도 ‘안티-발라카(검이란 뜻)’라는 자경단을 꾸려 이슬람 공동체를 공격했다.
주로 시골 지역에서 벌어지던 소규모 분쟁이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진 것은 지난 5일 기독교 자경단이 수도 방기 도심에서 셀레카반군과 교전을 벌이면서다. 사흘 동안 4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고 국제적십자사가 추산했다.
<알자지라>는 셀레카반군 소속 무장대원들이 방기의 한 병원에 들어와 환자들을 병상에서 끌어내 총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대량학살을 우려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 아프리카연합(AU)과 프랑스의 평화유지군 추가 파병을 결의했다. 프랑스가 기존 600에서 1600명, 아프리카연합이 2500명에서 6000명으로 증파하기로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24> 인터뷰에서 조토지아 대통령을 겨냥해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통령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며 적극 개입을 시사했다. 프랑스 정부는 추가 파병 없이 6개월 안에 철수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랑스군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북서부 지역의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애미 마틴 유엔인도주의 업무조정국장은 “평화유지군이 마을까지 들어갈 수 있다면 범죄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와 반인륜적 살인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방기에서도 평화유지군이 활동을 시작했고 프랑스 전투기가 정찰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유엔이 이렇게 신속하게 대규모 평화유지군 증파를 결정한 것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한 유혈 사태가 이웃 나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질까봐 걱정해서다. 수단·남수단·차드·카메룬·콩고·콩고민주공화국 등 주변 나라들도 내전·종교분쟁으로 바람잘 날 없는 곳이다. <비비시>는 프랑스가 말리에서처럼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재빨리 소탕해, 알카에다 연계 세력이 사하라 남부 국가로 세력을 확장하는 걸 막으려 한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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