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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만델라의 마지막 투쟁 ‘에이즈 퇴치’

등록 2013-12-08 20:06

치료·연구 기금 마련 캠페인 펼쳐
“아프리카 보건정책 바꾼 지도자”
46664. 27년 동안 그는 ‘넬슨 만델라’라는 이름 대신 이 죄수 번호로 불렸다. 이 번호는 평생‘아파르트헤이트’와 싸워온 고난의 상징이자 영광과 승리의 숫자다.

2003년 넬슨 만델라 재단은 ‘46664’를 다시 내걸었다. 46664는 에이즈 치료·연구·교육을 위한 기금 마련 캠페인 이름이다. 만델라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 퇴치는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만큼 중요하고도 힘겨운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 만델라가 석방됐을 때만 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에이즈는 나라를 뒤흔드는 재앙적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남아공에서 성인 에이즈 감염자 비율은 전체 국민의 1%였다. 만델라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정치 안정화, 경제 발전, 인종 간 화해 등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지금은 에이즈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9년 퇴임 뒤 만델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빈곤, 성폭력, ‘위험한’ 성생활, 여성의 낮은 지위 따위를 숙주로 삼아 에이즈가 남아공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었다. 하루에 800명씩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다. 낮춰 잡아도, 10명에 한명꼴로 에이즈 감염인이다. 남아공은 세계 최대의 ‘에이즈 국가’라는 오명을 얻었다. 2000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세계 에이즈 총회를 맞아, 만델라는 “에이즈는 우리 사회를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침묵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만델라 후임인 타보 음베키 정권은 무책임했다. 음베키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에이즈 때문에 죽은 사람을 하나도 모른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한 장관은 에이즈 환자에게 ‘홍당무와 마늘을 먹으라’는 기상천외한 치료책을 제시했다.

2005년 1월, 세계가 깜짝 놀란 소식이 전해졌다. 만델라가 자신의 아들이 에이즈로 죽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는 “더는 에이즈를 감추지 말자. 암이나 결핵과 같은 일반 질병으로 바라보자”며 각성을 촉구했다. 만델라의 간절한 호소에 힘입어 에이즈는 ‘어둠’을 떨치고 나와 적극적인 예방·치료의 대상이 됐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미셸 시디비 총재는 <비비시>(BBC)에 만델라의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만델라 덕분에 남아공은 에이즈 없는 세대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의 보건 정책을 변화시켰고, 현대 에이즈 정책에 초석을 놓은 세계적 지도자였다. 그의 유산은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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