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중 “가장 행복했다”고 밝힌
유년기 보낸 고향으로 돌아가
집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묻혀
찰스 영 왕세자·잭슨 목사 등
유명인사 4500명 국장에 참석
유년기 보낸 고향으로 돌아가
집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묻혀
찰스 영 왕세자·잭슨 목사 등
유명인사 4500명 국장에 참석
전세계의 추모와 존경 속에 넬슨 만델라가 영원한 안식을 위해 고향 땅에 누웠다.
15일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국장이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쿠누에서 거행됐다. 그는 1918년 코사족 계열의 템부 부족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95년의 긴 생애를 마치고 고향 땅에 돌아와 자신의 집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묻혔다. 쿠누 인근 음베조에서 태어나 쿠누에서 자란 만델라는 자서전 ‘자유로의 긴 여정’에서 1920년대에 쿠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가장 행복했던 때로 회고했다.
국장으로 치러진 이날 장례는 국방부가 주관하는 공식 의전과 부족 전통 의식, 만델라의 종교인 감리교 형식이 뒤섞인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오전 6시 만델라의 집에서 가족 예배가 이뤄졌고, 오전 8시께 공식 행사를 위해 그의 관이 대형 천막으로 운구됐다. 관은 남아공 국기, 아프리카민족회의(ANC) 깃발, 사자 가죽으로 덮였다. 사자 가죽은 코사족 왕들에게 헌정되던 영예의 표시다. 운구 과정에는 흑백의 화합을 상징하듯 흑인과 백인 장교가 함께 참여했다.
국장에는 만델라 가족들과 남아공 정부 주요 인사, 외국 고위 조문객과 명사 등 4500여명이 참석했다. 찰스 영국 왕세자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인 제시 잭슨 목사,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이 함께 해 추모의 마음을 보탰다. 만델라의 투쟁 동지였던 데스몬드 투투 성공회 대주교는 현 집권세력인 아프리카민족회의의 무능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가 초청 명단에서 빠졌다는 의혹이 나오며 불참까지 거론됐으나, 결국 참석했다.
앞서 10일 90여개국 국가·정부 수반이 참석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영결식을 치른 데 이어, 11일부터 사흘 동안 수도 프리토리아 정부종합청사 건물에 안치된 만델라의 주검에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10만여명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14일 오전 만델라의 주검은 항공편으로 이스턴케이프주 주도인 음타타로 이송됐고, 여기서 32㎞ 떨어진 고향 쿠누까지 거리에 도열한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귀향했다. 남아공 정부는 16일 최대 국경일인 ‘화해의 날’을 맞아 만델라 동상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온국민을 하나로 만든 만델라의 ‘마법의 주간’이 끝난 뒤 남아공이 맞닥뜨릴 현실은 녹록한 게 아니다. 당장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전세계 국가 지도자들이 모인 영결식장에서 추모 연설을 하려다가 수만명의 자국민들로부터 야유의 함성을 듣는 망신을 당했다. <비비시>(BBC)는 “주마 대통령이 영결식장에서 망신을 당한 순간은 남아공의 현실에서 들끓는 좌절과 실망이 만델라의 마법을 단번에 깨뜨려버리고 ‘벌거벗은 임금님’의 새옷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드러내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한때 만델라가 외친 정의와 자유의 구심점이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가 이제는 부패와 무능에 빠진 집권세력이 됐으며, 만델라의 마법이 빈곤과 에이즈 창궐 등으로 고통받는 남아공의 현실을 가려주진 못한다는 준엄한 경고인 셈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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