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사후 반이스라엘 운동 확산
팔레스타인 차별·분리 정책은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와 유사
미 ASA, 이스라엘 학술기관 보이콧
유럽 일부기업은 상업적 관계 단절
팔레스타인 차별·분리 정책은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와 유사
미 ASA, 이스라엘 학술기관 보이콧
유럽 일부기업은 상업적 관계 단절
세상을 떠난 만델라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차별 정책과 싸운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학술협회(ASA)는 15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항의해 이스라엘 학술기관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학자들의 모임인 이 단체의 이번 선언은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서거로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인 비디에스(BDS, ‘거부, 투자회수, 제재’)가 미국에도 본격적으로 상륙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에 본부를 둔 ‘평화를 위한 유대인들의 목소리’는 미국학술협회의 조처는 “미국 내에서 비디에스 운동을 성장시킬 중요한 이정표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학술단체인 현대언어협회의 다음달 연례 총회도 팔레스타인 대학들이 초청한 미국 교수들의 방문을 금지한 이스라엘을 비판하도록 미 국무부에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논의한다.
비디에스 운동은 지난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가 이스라엘이 국제법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를 준수할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해 거부, 투자회수, 제재를 하자고 제창한 운동이다. 얼마 전까지 국제사회에서 크게 확산되지는 못했던 이 운동은 남아공 백인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와 평생 투쟁했던 만델라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차별과 분리 정책이 남아공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와 유사하며, 만델라의 반 아파르트헤이트 정신이 비디에스 운동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델라는 생전에 “우리들의 자유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유 없이는 완전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었다.
만델라 사후 유럽에서는 비디에스 운동이 재계로까지 확산됐다. 최근 네덜란드의 생수 회사 비텐스가 이스라엘 국영 수자원회사 메코로트와 맺은 합작사업 등 모든 상업적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발표했다. 비텐스는 메코로트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벌이는 사업을 이유로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영국 정부도 최근 영국 기업들에게 이스라엘 정착촌과 관여될 위험에 대해 명백한 경고를 했다. 영국 정부는 “정착촌에서의 경제적, 금융 활동과 관련해 명백한 위험이 있고, 그런 행위를 권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도 서안지구의 정착촌과 관련된 이스라엘 단체에게 기금, 보조금, 상금, 장학금 등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수립되면 영토가 될 서안지구 등에서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엔 결의안 등이 통과된 상태이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정착촌 확장을 강행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항의해 올해 초 이스라엘에서 열렸던 회의 도중 퇴장해, 비디에스 운동에 동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영국의 대학노조, 아일랜드교사노조 등도 이 이 운동 동참을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록그룹 핑크플로이드의 리더 로저 워터스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처우는 나치 독일의 만행에 비교될 수 있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유럽연합의 중동 평화협상 대표인 안드레아스 레이니케는 현재 진행중인 평화협상이 실패하면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표식을 부착해 거부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고 이달 초 경고했다. 그는 표식 부착 방안을 지지하는 국가가 지난해 2월 2개에서 현재 14개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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