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체류…이스라엘서 불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최신 소식’이란 뜻)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평화와 사회정의를 위한 깊이 있는 성찰과 실천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교황이 이-팔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황은 취임 뒤 올린 첫 부활절 미사부터 지금까지 줄곧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화를 촉구해왔다.
이 신문은 교황이 5월25일 아침 도착해 26일 밤 출국하는 이틀 일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은 교황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직접 결정한 외국 순방이다. 지난 7월 브라질 방문은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가 정해놓은 일정에 따른 것이었다. 교황은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통곡의 벽, 기독교 성지 등을 방문하고,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여러 종교 지도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교황은 이미 지난 4월 바티칸을 방문한 페레스 대통령과 지난 10월 만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한테서 예루살렘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등 전 교황들도 각각 2000년과 2009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순방했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선을 뜯어보면, 전임 교황들과 달리 팔레스타인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뜻이 담겨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6일, 베네딕토 16세가 5일 동안 머물렀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체류 시간은 채 48시간도 안 된다. 특히 교황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있는 베들레헴에서만 미사를 올리기로 했다. 교황이 이번 방문의 핵심 일정인 특별미사를 팔레스타인에서만 집전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교황청은 짧은 일정을 이유로 예루살렘에서 미사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를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또한 예수의 고향인 나사렛을 방문하지 않는다. 북부 이스라엘 갈릴리 지역에 있는 나사렛은 기독교인들의 대표적인 성지이지만, 무슬림 인구가 60%를 차지하는 ‘이스라엘 내 아랍 수도’로 불리며 이슬람 유적지도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나사렛 방문 때는 무슬림과 기독교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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