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터키 집권당 대형 부패스캔들…대선 향한 권력투쟁 본격화

등록 2013-12-22 20:11수정 2013-12-22 21:04

에르도안 총리 측근들 연루돼
장관 아들·국영은행장·재벌 등
수뢰혐의로 수십명 체포·구속

언론 “경쟁자 귈렌이 배후” 보도
총리, 맹비난 속 경찰 보복인사
“총리·내각 사퇴” 시위 불붙어
지난 6월 터키 전역을 휩쓴 반정부 시위로 위기에 처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번엔 측근을 비롯해 집권 세력을 강타한 대형 부패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다. 에르도안 총리의 경쟁자인 이슬람 성직자 페툴라 귈렌이 경찰의 부패 수사를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로 지목되자, 내년 지방선거(3월)·대통령선거(8월) 등을 앞두고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21일 터키 내무부·경제부 장관의 아들을 포함해 24명이 수뢰·자금세탁·불법 자금거래 혐의로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터키에서 장관은 의원직 신분으로 면책특권이 부여되는데, 검찰은 아들이 체포된 장관 등의 면책특권을 박탈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터키 경찰은 17일 국영은행인 할크방크의 쉴레이만 아슬란 행장과 건설업 재벌인 알리 아아오을루 등 50여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아슬란 행장의 집을 급습해 신발상자에 담긴 450만달러(약 48억원)를 찾아내기도 했다.

장관들을 비롯해 에르도안 총리와 친밀한 경제계 거물들이 부패 수사에 휘말려 들자, 에르도안 총리는 ‘더러운 작전’이라며 즉각 경찰 손보기에 나섰다. 에르도안 총리는 권한 남용을 이유로 터키경찰청 소속 고위 간부들과 이스탄불·앙카라·이즈미르 등 주요 도시의 경찰청장들을 해고·직위해제·좌천시켰다. 이 와중에 앙카라의 고위 경찰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보도했지만, 에르도안 총리의 경찰에 대한 ‘보복’ 조처라는 비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지 언론은 경찰이 전례 없이 대담한 수사를 벌인 것은, 경찰과 사법부에 강한 영향력을 지닌 이슬람 성직자 귈렌과 에르도안 총리의 마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온건 이슬람주의 운동인 히즈메트를 이끌고 있는 귈렌은 애초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지지하며 에르도안과 뜻을 같이했다. 귈렌은 1999년 세속주의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미국에 자진 망명한 이래 지금도 미국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동의 적’이던 세속주의 세력이 쪼그라들자 점점 소원해졌다. 특히 지난달 에르도안 총리가 히즈메트의 수익원이자 인재 양성소인 사립학교들을 폐쇄한다고 발표해, 갈등이 깊어졌다. 히즈메트는 아프리카·중동·아시아·미국 등지에 수백개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시엔엔>(CNN)은 에르도안과 귈렌의 결별을 놓고 “정략결혼이 추한 이혼이 됐다”고 짚었다.

귈렌은 19일 경찰의 수사와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부패 수사를 맡은 고위 경찰들이 잇따라 수난을 겪자 자신의 누리집에 “그들(에르도안 정부)은 도둑을 잡지 않고 도둑을 잡으려는 이들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신이여, 그들의 집을 불태우소서”라고 적어놓았다.

에르도안 총리는 귈렌의 세력에 대해 “나라 안에 또 다른 나라를 세우려 하고 있다. 터키 안팎의 어둠의 세력의 도움을 받는 자는 터키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21일엔 “터키에 있는 일부 외교관들이 상황을 자극하고 있다”며 외세 개입설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부패 증거가 속속 드러나며 여론이 에르도안 총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21일 수도 앙카라에선 수백명이 총리와 내각 사퇴를 주장하며 이번 부패 수사의 상징인 ‘신발상자’를 들고 시위를 벌였고,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선 시위를 촉구하는 글들이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