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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남수단 ‘대량 인종학살’ 조짐에
반기문, 평화유지군 증원 요청

등록 2013-12-24 20:11수정 2013-12-24 22:29

비비시 “민간인 수백명 학살돼”
유엔, 국제사회 긴급개입 촉구
정부-반란군 평화협상도 요구
아프리카 남수단 반란 사태가 사실상 내전으로 비화한 가운데 특정 부족을 겨냥한 대량학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구체적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23일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남수단 평화유지군을 현재보다 두배 가까이 늘려 달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청했다. 지난 15일 시작된 반란 사태는 애초 남수단 최대 부족인 딩카족 출신 살파 키르 대통령과 둘째로 큰 부족인 누에르족 출신의 리에르 마카르 전 부통령의 정치적 충돌에서 비롯했지만, 현재는 두 부족 간 내전으로 번진 상태다.

<가디언>은 누에르족 250여명이 군인들에게 무차별 학살당하는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는 20대 남성의 증언을 전했다. 남수단 수도인 주바에 사는 누에르족 출신의 시몬 케이라는 학생은 <가디언>에 “일주일 전에 군복 차림의 남자들이 몰려와서 딩카족 말로 ‘네 이름이 뭐냐’고 물은 뒤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체포해 경찰서로 끌고 갔다”면서 “함께 갇힌 사람들이 모두 252명이었는데 경찰이 창문을 통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이 총을 쏜 다음에 누군가 살아 있는 기색이 보이면 또다시 와서 쏘는 식으로 이틀 동안 학살을 계속했다”며 “주검 아래 몸을 숨기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12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유엔 대피소로 피신한 그는 복부와 다리 등에 총상을 입고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유엔 평화유지활동 남수단 임무단(UNMISS)의 토비 랜저 부단장은 <비비시>(BBC)에 “상상 가능한 가장 끔찍한 일들을 목격했다”며 “사람들을 줄세워서 약식 처형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통제 불능의 (게릴라식) 무장그룹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수단 정부는 특정 부족 출신이란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며 학살 소식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은 이미 국제사회의 긴급개입 필요성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비비시>는 “유혈사태 위험이 한층 높아지는 가운데 반 총장이 현재 7000명인 남수단 평화유지군 병력을 5500명 더 증원해 달라고 촉구했다”며 “라이베리아와 콩고 등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 배치돼 있는 평화유지군을 이동 배치할 것을 안보리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유엔은 이밖에도 전투·수송 헬리콥터와 군 수송기 추가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유엔 대피소에 몰려든 난민은 4만여명에 이르지만, 인종청소식 학살이 본격화하면 순식간에 수십만명으로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남수단이 수단으로부터 분리·독립하기 전인 1991년에 벌어진 2차 수단 내전 기간에는 보르 지역에서 민간인 2000여명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보르 학살’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르 지역은 유엔 평화유지활동 남수단 임무단에 참여한 한국군 한빛부대가 주둔한 곳이기도 하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정부군과 반란군을 대표하는 키르 대통령과 마카르 전 부통령에게 평화적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키르 대통령은 반군 쪽에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마카르 전 부통령은 구금된 정치적 동료들의 석방을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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