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국민투표 결과와 연계 밝혀
지난해 이집트 민선정부를 무너뜨린 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대중이 요구하고 군부가 위임한다면”이란 단서를 달아 대선 출마 의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11일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시시 국방장관은 “내가 후보로 나서려면, 대중의 요구와 군부로부터 위임이 있어야만 한다”고 회의에서 관리들에게 말했다고 <비비시>가 이집트 국영신문 <알아흐람>을 인용해 전했다. 그가 이렇게 밝히자 관리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고 <알아흐람>은 덧붙였다. 최근 현지 언론들은 시시 장군이 대선 출마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비비시>는 “시시 국방장관의 발언은 새 헌법에 대한 국민 투표를 며칠 앞둔 시점에 나왔다”고 짚었다. 군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는 오는 14~15일에 진행된다. 시시 국방장관의 한 측근은 ‘대중의 요구를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과도정부가 제출한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가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비시>의 아랍문제 분석가인 세바스티안 유셔는 “시시 국방장관이 아직 출사표는 던지진 않았지만, 이집트인들은 그가 올해 대선에 나설 것임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시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이집트 최초의 직선 대통령인 이슬람주의자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쿠데타를 주도했다. 이후 쿠데타 반대 시위와 이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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