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으면 만난다는 사자 가족.
서아프리카 사자 400여 마리로 급감…번성기의 1% 수준
농업용지 확대로 서식지 줄어…가난 탓에 보호 대책 뒷전
농업용지 확대로 서식지 줄어…가난 탓에 보호 대책 뒷전
[지구촌 화제]
서아프리카에서 뛰놀던 그많던 사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비영리기구인 ‘판테라’(panthera·사자라는 뜻)가 지난 6년 동안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등 17개 국가의 사자 개체수를 조사해보니 400여마리만 생존해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400여마리란 숫자는 서아프리카에서 사자가 가장 번성했을 때의 1.1%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은 250여마리도 안 된다. 서아프리카 일대의 사자는 동부·남부 지역의 사자, 또는 동물원에 있거나 포획된 사자들과도 유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개체 보존의 필요성이 높다고 한다.
9년 전 조사에서만 해도 서아프리카의 사자는 21개국의 보호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네갈, 나이지리아, 베냉·니제르·부르키나파소의 국경지역에서만 관찰된다. 사자들의 서식지 대부분은 면화 플랜테이션 농장과 곡물 재배를 위한 농업 용지로 바뀌었다. 가축을 키우는 주민들 중엔 사자가 염소나 소 등을 공격한다며 사자를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판테라는 서아프리카에선 사자도 멸종 위기의 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보고서에서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서류상으로는 사자들을 보호하는 공원 지역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니 순찰 인원을 위한 예산도 없었으며 사자를 비롯해 덩치가 큰 포유류 대부분이 이미 사라진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의 사자들은 종 보존을 위해 매년 수백만달러씩 쏟아붓는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사자들에 비해 홀대받아왔다. 더욱이 분쟁과 가난에 시달려온 나라들이 몰려 있는 서아프리카에선 경제난과 인구의 급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긴급한 현안이라 미처 사자 보존에까지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사자는 국민들에게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몇몇 나라에선 방패 같은 무기에 사자 문양을 새기기도 했다.
베냉과 세네갈은 연구팀과 함께 국민사자행동계획(NLAP)를 꾸려 사자 보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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