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 과도정부 대통령 발표
시시 장관 대권잡고 총선 속셈
경찰, 반군부 시위만 폭력 진압
시민혁명 3주년 피로 물들어
시시 장관 대권잡고 총선 속셈
경찰, 반군부 시위만 폭력 진압
시민혁명 3주년 피로 물들어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과도정부 대통령이 26일 총선보다 대선을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인 25일은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시민혁명 3주년이었지만 반군부·친군부 시위가 엇갈리며 이집트 수도 카이로가 다시 피로 물들었다.
만수르 대통령은 이날 방송연설을 통해 “정권 이양 계획을 수정해 총선에 앞서 대선을 시행하겠다”며 “새 헌법에 명기된 대로 선거위원회에 후보 등록의 문을 열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최근 개정된 새 헌법은 과도정부 대통령에게 대선과 총선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치를지 결정할 권한을 부여했다. 군부 실세인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그가 대선을 치른 뒤 정국 주도권을 잡고 안정적으로 총선을 치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던 상황이다.
이에 앞서 혁명 3주년을 맞은 이집트 전역에서는 크고 작은 집회가 벌어졌다. 금속탐지기까지 설치된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선 친군부 성향의 시위대가 “무슬림형제단을 처형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이슬람 정서를 자극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광장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마다 장갑차가 배치됐으며, 중무장한 군경이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폈다. 3년 전 무바라크 정권 퇴진 구호가 내걸렸던 광장에는 시시 장관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렸다”고 전했다.
이에 맞선 반군부 시위는 무슬림형제단과 ‘혁명전선의 길’ 등 좌파 성향 단체들이 주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반군부 시위대는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카이로 도심 일대 30여곳에서 온종일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친군부 시위대를 철저히 ‘보호’했던 경찰은 반군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곳곳에서 최루탄이 난무했고, 일부 지역에선 경찰이 도망치는 시위대를 뒷골목까지 쫓아가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모두 49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무바라크 정권과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 퇴진 투쟁을 주도했던 시민단체 ‘4월6일 운동’의 활동가 사예드 위자도 포함됐다. 현지 일간 <아흐람>은 이날 카이로에서만 줄잡아 1천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인권운동가 와엘 칼릴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혁명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시시 혁명주의자’에게만 시위가 허용됐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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