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군사위, ‘시시 출마 지지’ 성명
시시 “국민 부름 답할 기회줘 감사”
출마 위한 전역 앞서 ‘원수’ 진급도
늦어도 4월18일 이전 선거 치러야
시시 “국민 부름 답할 기회줘 감사”
출마 위한 전역 앞서 ‘원수’ 진급도
늦어도 4월18일 이전 선거 치러야
지난해 7월 쿠데타 이후 이집트 실권을 장악한 압둘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의 대통령 선거 출마가 사실상 확정됐다. 그는 곧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아흐람> 등 이집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SCAF)는 27일 특별회의를 소집해 시시 장관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고 나섰다. 회의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최고군사위는 “그간 역사적 순간마다 보여준 노력에 비춰, 대선 출마는 시시 장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밝혔다. 시시 장관은 “국민의 부름에 답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답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혔다. 국영 <메나>통신은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따 “시시 장관이 대선 출마를 위해 전역할 것에 대비해, 세드키 소비 장군을 후임 육군참모총장 겸 국방장관으로 내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최고군사위가 특별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시시 장관을 군 최고계급인 원수로 승진시켰다. <에이피>(AP) 통신은 “곧 군을 떠나게 될 시시 장관에 대한 마지막 예우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만수르 대통령은 26일 애초 계획을 바꿔 총선에 앞서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대통령령에 따라 새 헌법이 발효된 18일을 기점으로 30일 뒤부터 늦어도 9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이르면 2월17일, 늦어도 4월18일까지는 대선이 치러진다.
1954년 11월 카이로에서 태어난 시시 장관은 이집트가 치른 ‘마지막 전쟁’인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이 끝난 뒤에야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해 실전 경험이 없다. 기갑병과 출신인 그는 주요 야전부대장을 거쳐, 영국 합동참모대학과 미국 육군대학 등에서 유학했다.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무관을 거쳐 2008년엔 이집트 제2도시인 알렉산드리아 일대를 관할하는 북부사령관에 오르는 등 군 엘리트 코스를 두루 밟았다.
‘아랍의 봄’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독재가 무너진 직후인 2011년 2월 군부가 정국 장악을 위해 군 수뇌부 21명으로 최고군사위를 꾸렸을 때, 시시 장관은 최연소 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정보사령관이던 그는 최고군사위 대변인 노릇을 하며 ‘차기 주자’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취임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그해 8월 3군 수뇌부를 모두 전역시키고 시시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지난해 7월3일 쿠데타 직후 시시 장관은 “맹세코 원해서 나선 길이 아니다. 국민의 요구를 더는 저버릴 수 없어,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가 이끈 자유장교단의 쿠데타로 왕정이 무너진 이래, 이집트에서 민주적 선거로 뽑힌 민간정부가 집권한 기간은 무르시 정권 13개월 남짓이 유일하다. 쿠데타의 주역인 시시 장관의 대선 출마가 공식화한 28일은, 시민들이 무바라크 군사독재에 치명타를 가한 ‘분노의 금요일’ 3돌 기념일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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