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혁명 3돌 기념행사 차단 속
작년 무르시퇴진 이끈 ‘타마로드’
차기 대선서 시시 국방 지지 결정
미도 이집트 원조 재개법안 통과
늦어도 4월 중순엔 대선
시시, 곧 군복 벗고 최고권력 오를 듯
작년 무르시퇴진 이끈 ‘타마로드’
차기 대선서 시시 국방 지지 결정
미도 이집트 원조 재개법안 통과
늦어도 4월 중순엔 대선
시시, 곧 군복 벗고 최고권력 오를 듯
호스니 무바라크의 항복 선언 3주년을 맞은 1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봄’ 기운은 남아있지 않았다. 혁명을 기념하는 행사는 단 1건도 열리지 않았다. 30년 독재자의 퇴임 발표 직후 폭죽이 터지며 환호성이 메아리쳤던 ‘혁명의 성지’ 타흐리르 광장의 삼엄함이 현실을 웅변했다.
12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중무장한 군경이 장갑차까지 동원해 모든 통로를 차단했다. 보행자조차 광장으로 향하지 못했다. 의회와 정부 청사 방면 진출로에는 3m 높이의 대형 철제문이 세워졌고, 다른 진입로는 철조망으로 차단됐다. “이슬람주의 세력의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란다. 광장은 섬이 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혁명 발발 3주년에 벌어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시위대는 3년 전 무바라크 정권 퇴진 투쟁 첫날보다 많았다. <이집트인디펜던트> 등 일부 현지언론은 11일 “(이들 가운데) 진압 병력에 구금된 70여명이 알몸 수색과 무차별 폭행 등 가혹행위와 전기 충격 등 고문까지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긴, 당일 시위 도중 사망자만도 100여명(정부 쪽 49명)에 이른다. 혁명은 ‘박제’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저항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 퇴진운동을 주도했던 ‘타마로드’(반란) 운동은 지난 10일 총회를 열어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을 차기 대선 지지후보로 결정했다. <아흐람>은 “총회장 주변엔 건장한 ‘경호원’이 대거 배치돼, 들고 나는 이들을 통제했다”고 전했다. 타마로드 지도자 마흐무드 바드르는 <아흐람> 인터뷰에서 “허튼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총회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타마로드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인 하산 샤힌은 최근 단체에서 축출됐다. 그는 일부 동료와 함께 2012년 대선 1차투표에서 21.5%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던 좌파 성향의 나세르주의자 함딘 사바히의 차기 대선 출마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샤힌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타마로드가 압제정권이 사용한 방식 그대로 물리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이집트 최대 원조국인 미국도 ‘무게중심’을 성큼 이동했다. 개헌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달 13일 상·하 양원이 나서 이집트에 15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재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쿠데타 이후 반군부 시위대 1천여명이 목숨을 잃고 석달이 지난 지난해 10월에야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잠정 중단했었다.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란 뜻일까?
이집트 대선은 늦어도 4월 중순엔 치러져야 한다. 아들리 만수르 과도정부 대통령은 오는 17일 개정 대통령 선거법을 확정·발표하고, 선거 일정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군부 진영에선 개정 대선법 가운데 대통령선관위(PEC)의 최종 개표결과 발표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담은 조항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국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대선 유권자 명부 작성도 17일 마감된다. 시시 장관이 대선에 나서려면, 이날까지 군복을 벗어야 한다. 한 땀 한 땀 ‘황제의 망토’가 짜여진다. 그 망토가 새 주인에 어깨에 걸쳐지는 ‘대관식’만 남아 있다. 혁명 3주년을 맞은 이집트의 ‘브뤼메르 18일’이 다가오고 있다. 오래지 않은 과거가, 고스란히 미래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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